美 부자증세 '버핏룰', 정작 버핏은 반대?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나 같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이 같은 소신 발언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자 증세 제안을 이끌어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이 정작 자신은 백악관의 증세안에 완전히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핏 회장은 지난 1일 CNBC에 출연, "나의 (증세) 방안의 대상은 아주 소득이 많은데 세금을 적게 내는 사람이지 그냥 부자들(just high incomes)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인 경우에 최저 세율을 적용하는 세제를 제시했다. 백악관은 버핏 회장의 증세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여기에 '버핏룰'로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반대 측은 이 방안이 사실상 연소득 25만달러가 넘는 사람들의 세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25만달러부터는 미국의 6단계 소득세 과세 구간 가운데 최고 구간에 해당한다.

버핏은 이날 방송에서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가구의 세율을 올리는 방안에 동의하는지 묻자 "그건 또 다른 문제라 내가 논하고 싶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나의 방안은 초부자(울트라 리치)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그들은 3억명 인구 가운데 50만명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증세 대상을 좁혀 극소수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은 또다른 인터뷰에서 "월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PBS방송 인터뷰에서 "일부 레토릭이 그 점을 부추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월가에서 100만달러 또는 그 이상 버는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아주 큰 강당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세상에, 우리가 (은행) 업계에 한 일을 봐, 그들은 감사해 하지도 않네'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버핏은 자신과 같은 금융 고소득자에 물리는 세율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주장, 부자 증세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찬반양론이 뜨거운 가운데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한 전력장비업체 대표인 존 호치는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버핏룰은 (버핏처럼) 80세 이상이거나 이미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잘 작동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호치는 "40세인 나는 이익의 대부분을 내 사업에 재투자하고 그럼에도 분기별로 많은 세금을 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