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전되자 학생들이 책을 불살라…왜?

중국 후난(湖南)성의 샹탄샹지(湘潭湘機)고등학교에서 며칠 전에 갑자기 정전(停戰)이 되자 학생들이 교과서를 마구 던지고 불사르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전됐다고 자습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교과서를 불사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친구처럼 대하는 교과서를 가장 싫어하는 원수처럼 내팽겨 치도록 했을까?

교과서 불사르기 소동에 참여했던 한 학생의 말은 문제의 근원이 어디 있는지 잘 말해준다. 그는 이렇게 소리쳤다. “나는 그들에게 현재의 방과 후 수업이 미친 짓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 학생들은 너무 피곤하다”고.


결국 지나친 방과 후 수업이 학생들을 교과서 불사르기 소동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방과후 수업이 얼마나 심했으면 이런 집단행동으로 이어졌을까?

샹탄샹지고등학교의 방과후 학습 시간표를 보면 일요일 오전에만 늦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수업이 빽빽하게 잡혀 있다. 한창 정서적으로 민감할 나이인 학생들을,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농구를 하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시간이 전혀 없이, 학과 공부의 노예로 밀어넣고 있다. 이런 생활은 학생들을 ‘등에 무거운 책가방을 멘 나그네’로 만들어 ‘미래와 세계에 대한 지식을 갖지 못하게 해 능력 없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한탄을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방과후 학습을 위해 학생 1인당 매학기마다 1000위안(18만원)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학생이 1000명인 학교의 한 한기 방과 후 학비만 100만위안(1억8000만원)이 되고 1년이면 200만위안이 된다. 학생수가 더 많으면 학비도 더 불어나게 마련. 결국 학생들을 학과 공부의 노예로 만들고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과중한 방과 후 학습’은 학교에 큰 수입을 안겨 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는 샹탄샹지고등학교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중국 전국에 보편화된 현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나친 방과 후 학습이 필요하지 않도록 교육제도를 개혁하는 동시에, 교사들의 급여도 현실에 맞게 높여줌으로써 방과 후 학비로 부족한 월급을 보충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뜻하지 않은 정전으로 불거진 '교과서 분서(焚書) 사건'은 단순한 교육문제만이 아니라 중국의 꼬인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중층적 모순을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