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대책 '오락가락'에 시장도 '갈팡질팡'

↑경기 용인 한 아파트단지안에 '취득세감면과 양도세면제'를 내세운 미분양 광고가 눈에 띤다.ⓒ송학주 기자

　"대책다운 대책이 나왔다고 기대했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네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강남특혜'라는 느낌만 들고 대책도 오락가락하는 하는 걸 보니 이번에도 잘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경기 성남 정자동 주민 A씨)

　"(4·1부동산대책이) 나오고 며칠 동안은 수십명이 아파트보러 왔는데 지금은 관련 문의전화조차 뜸합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정책 확정되고 나면 그때서야 움직일 것 같습니다."(용인 상현동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9일 찾은 경기 분당신도시와 용인 일대 부동산시장은 현재의 날씨를 대변하듯 썰렁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마다 정부의 '4·1대책'의 핵심인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양도세 감면대상의 면적기준을 놓고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보완' 가능성을 시사한데다, 대책 발표일(4월1일)부터 소급 적용까지 언급되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수요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오락가락 정책에 수요자들 '또 불신'
　정부의 '4·1대책' 중 양도세 면제 부분은 역차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집값은 싼데 대책 기준인 전용면적 85㎡보다 더 넓은 지방과 분당·용인 등 수도권 외곽 신도시의 중대형은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선 이번 대책 내용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85㎡ 이하의 면적 제한을 폐지하거나 대책 기준을 9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양도세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면제 기준 시점을 대책 발표일인 이달 1일로 소급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서승환 국토부 장관도 양도세 면제 대상을 조정할 수 있고 양도세·취득세 면제 시점을 대책 발표일로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역차별 논란과 거래절벽을 우려해 "국회에서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바라보는 부동산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급 적용설이 나돌고 면적 기준도 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혜택을 보는 주택뿐 아니라 혜택을 못보는 주택도 기대감에 거래가 끊기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남 정자동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 대책만 믿고 거래했다가 손해를 볼 수 있는데 어느 누가 지금 집을 사겠냐"며 "손님이 찾아오면 집을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번 대책의 세제 혜택을 강조하는데도 별로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기 용인 성복동 인근 한 아파트 분양사무소 앞에 차들이 늘어서 있다.ⓒ송학주 기자

　◇'종합선물세트'에서 '종합근심세트'로
　이렇듯 시장이 다시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책이 '부동산 종합선물세트'라던 평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집을 사려던 매수희망자들도 눈치보기로 돌아섰다.

　용인 상현동 인근 C공인중개소에서 만난 한 주민은 "대책이 발표되고 이번엔 집을 팔 수 있지 않을까해서 찾았는데 국회에서 틀어질 수도 있다는 보도때문에 불안해 잠을 못 이루겠다"며 "이번 대책으로 시름을 던 것이 아니라 걱정거리만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간혹 걸려오는 문의전화 역시 매물을 회수하겠다거나 호가를 올리겠다는 집주인들의 전화만 이어졌고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용인 성복동 인근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가 오르다보니 급매물을 값싸게 사려고 온 사람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85㎡ 넘는 중대형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신규단지 분양사무실들도 대책 발표 직후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한 분양관계자는 "대책이 나온 후 방문객들도 많아지고 문의도 늘었지만 정작 계약하는 사람은 없다"며 "연초에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팔렸던 것보다 더 계약이 안되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