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교육 오늘의 역사] 1918년 오늘 일본 쌀 소동, 산미 증산 계획의 발단이 되다

1918년 쌀 소동으로 인하여 불타버린 스즈키 재벌 본사.

1918년 오늘(7월 22일) 일본 도야마 현 우오즈 항에서 일단의 부녀자들이 모여 쌀을 반출하지 말고 주민들에게 팔아줄 것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간청과 탄원으로 시작됐지만 점차 집회와 시위로 번진 뒤 마침내 '1918년 쌀 소동'이라고 하는 거대한 소요 사태로 번졌다.

◆쌀값 뛰어오르는데 시베리아 출병 발표한 데라우치 수상


1918년 연초에 일본의 쌀값은 1석에 15엔이었으나 7월에는 30엔으로 불과 반년만에 두 배로 뛰었다. 쌀값이 이렇게 급등하자 투기를 노리는 자본이 유입되고, 쌀값의 추가 앙등을 기대하고 사재기를 하는 세력까지 나타나 아예 쌀의 매매가 중단될 정도의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쌀을 수입해 물가 안정을 기도했으나 때마침 전세계는 제1차 세계대전의 광풍에 휩싸여 있어 그조차 여의치 않았다. 쌀값이 마침내 1석에 50엔이 된 8월, 일본 국민들은 정부가 무슨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초대 조선 총독을 지내며 야만적인 무단 통치를 일삼았던 당시 일본 수상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1918년 8월 2일의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것은 우습게도 소련의 적백내전에 간섭하기 위해 군을 파병한다는 이른바 '시베리아 출병'이었다. 이 선언으로 군량미 수요가 예상되자 미곡 중간상인은 사재기에 더욱 열을 올렸다. 쌀값은 1석에 50엔에서 60엔 80전으로 다시 치솟았다.


◆전국으로 쌀 소동 번지며 스즈키 재벌 본사 불타

도야마 현 우오즈 항에 부녀자들이 모인 것은 이 무렵, 1918년 7월 22일의 저녁이었다. 산지에 둘러싸인 도야마 평야가 있는 도야마 현은 일본에서 논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었으나 이곳에서조차 부녀자들은 가족들의 한 끼 쌀밥을 지어줄 쌀을 구할 수 없었다. 항구에서 어떤 배가 쌀을 싣고 있는 것을 본 부녀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여들어 이 쌀을 반출하지 말고 주민들에게 팔아줄 것을 호소했으나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해산시켰다.

이 소식이 현청 소재지인 도야마 시에 전해지자 8월 3일 2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벌였으며 6일에는 그 수가 1000여 명에 이르렀다. 군중들은 탄원의 집회를 마친 뒤 미곡상으로 몰려가 강제로 쌀을 1석에 35엔에 팔도록 했다.

도야마 시에서 실력 행사를 통해 미곡가 인하를 강요하여 쌀을 싸게 샀다더라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사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8월 10일에는 교토와 나고야 등 대도시에서도 쌀 소동이 발생했다. 11일에는 고베에서 소요가 일어나 유통재벌 스즈키의 본사가 불타버렸고, 12일에는 전국적인 미곡상 습격이 잇따르며 1석 30엔의 판매를 강요당했다.

◆하라 수상 임명하며 민심 수습 시도… 산미 증산 계획 발단되기도

특히 미곡가가 등귀했던 광산촌으로 소요가 확산되면서 출동한 군경에 대해 광부들이 다이너마이트로 대항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민군의 충돌 과정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며 1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8월 14일 데라우치는 쌀 소동에 대해 일체의 언론 보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군을 출동시켜 사태의 수습을 꾀했다. 50일간 369회의 소요가 발발해 10만 명의 군이 소요 진압에 투입되었다. 7786명을 기소했으며 그 중 2명은 사형, 12명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등 강경한 처벌이 뒤따랐다. 쌀 소동은 자연발생적으로 터진 것으로 누가 주도하거나 지휘부가 있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데라우치 수상의 야만적인 강경 진압으로 단순히 모인 군중들을 선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당하는 사람이 나온 것이다. 치안 악화로 인해 제4회 고시엔 야구대회도 중지됐다.

이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지자 9월 21일 데라우치는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쌀 소동에 따른 민심의 동요를 수습하기 위해 다이쇼 일왕은 일본 역사상 최초로 작위가 없는 평민인 하라 다카시를 수상으로 임명했다. '평민 재상'이 등장하며 사태는 수습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때 뜨거운 맛을 본 일본 정부는 이후 일본의 미곡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식민지 조선에서 강제로 쌀을 수탈, 반출하는 이른바 '산미 증산 계획'을 추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