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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vs 도주우려…'실리콘수갑' 해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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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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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진정" 매달 80건 이상…수갑도주는 62% 줄어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피의자 조사·검거 과정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수갑을 사용해 인권을 침해 당했다는 민원이 매달 80건 넘게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정작 수갑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피의자를 놓치거나 2차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5시께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만난 변모씨(21)는 경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영등포시장 근처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다 싸움이 나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이라던 변씨는 "조사를 받는 내내 3시간 동안 손을 뒤로한 채 수갑을 채워놔 손이 부었다"며 퉁퉁 부은 손을 보여줬다.

그는 "도망가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순순히 경찰서로 향하겠다고 했는데도 조사 과정에서 3시간 동안이나 수갑을 채워놨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낼 것이다"며 무척 억울해 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서울 은평구에서 층간소음 관련 경찰 신고를 했다가 허위신고로 밝혀져 경찰에 연행됐던 임모씨(41)도 연행 과정에서 수갑 등을 과잉 사용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변모씨는 "뒷수갑"을 채운 채 세 시간 동안 경찰 수사를 받아 손이 부었다고 주장했다. 손목에 수갑으로 인해 든 멍이 보인다.  News1
변모씨는 "뒷수갑"을 채운 채 세 시간 동안 경찰 수사를 받아 손이 부었다고 주장했다. 손목에 수갑으로 인해 든 멍이 보인다. News1


수갑을 제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화를 키운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역파출소에서 조사를 받던 홍모씨(38)가 함께 조사를 받던 송모씨(55)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끝내 숨졌다.

당시 송씨는 현행범이 아닌 임의동행으로 파출소로 연행돼 현장에서는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그러나 파출소로 옮겨진 뒤 몸 수색 등을 통해 흉기가 발견되면 조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워둘 수 있다.

경찰은 송씨에게 흉기가 없다고 판단해 수갑을 채우지 않았고 조사를 받던 송씨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칼을 꺼내 휘둘러 끝내 홍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한 사우나에서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원모씨(33)가 현장에서 붙잡혔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수갑을 허술하게 채워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7번째 '수갑 도주' 사건이었다. 당시 경찰은 원씨의 한 쪽 팔과 의자 손받이를 연결해 수갑을 채워놨는데 의자 손받이 끝에 틈이 있는 걸 발견한 원씨는 그 사이로 수갑을 빼내 달아났다.

◇2월 '지침' 하달…'수갑 도주' 작년보다 62% 줄어들긴 했지만...

인권위에 따르면 2011년 11월부터 2013년 2월 말까지 접수된 수갑 관련 진정은 총 1312건에 달한다. 매달 80건 이상인 셈이다.

정상영 인권위 조사총괄과 조사팀장은 "수갑 관련 진정은 우리가 받는 진정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진정 내용 중에서는 도주 우려 등이 없는데도 수갑을 사용(비례의 원칙 위배)한다거나 가혹행위 용도로 수갑을 사용하는 경우, 수갑을 채워 손목 상해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인권위의 권고와 '수갑 도주' 사건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각 지구대에 피의자 도주 방지 관련 지침을 내려보냈다.

지침에는 ▲피의자가 고통을 호소할 경우 부드러운 천, 손목밴드 등을 손목과 수갑 사이에 끼워 넣을 것 ▲수갑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 ▲절도 사건의 경우 피해액이 적은 경우에도 수갑 사용 요건에 해당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사용할 것 ▲수갑 사용 전에 신체 수색해서 흉기나 클립 등 물품 등 소지 여부를 조사할 것 ▲신고 사건에는 경찰관 2명 이상이 현장에 출동할 것 등 내용을 담았다.

지난 1월 28일 전북 전주 완산 경찰서에 절도로 붙잡혀있던 피의자가 경찰관들의 감시가 소흘한 상태를 틈타 느슨한 수갑을 빼고 도주했다. /뉴스1  News1   김대웅 기자
지난 1월 28일 전북 전주 완산 경찰서에 절도로 붙잡혀있던 피의자가 경찰관들의 감시가 소흘한 상태를 틈타 느슨한 수갑을 빼고 도주했다. /뉴스1 News1 김대웅 기자


윤상형 경찰청 지역경찰계 경감은 "수갑과 관련한 민원이나 도주 사건 등은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발생한 '수갑 도주' 사건만 보더라도 피의자가 있던 현장에 경찰관 2명 이상이 있어야 했지만 당시 출동한 경찰관 2명 중 1명은 건물 밖 순찰차 안에서 대기했었다.

'영등포역파출소 흉기 난동' 사건도 피의자 몸 수색을 철저히 해 흉기를 발견했다면 수갑을 채워둘 수 있었다.

윤 경감은 "(수갑과 관련해)인권위에서 경찰이 잘못했다고 권고가 날아오고 계속 불려다니고 그러다보니까 일선 경찰들이 소극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공권력이 국민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게 되고 또 그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찰로서도)관리소흘이나 기강해이 등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해당 사건이 발생하면 한 달 동안 집중교육, 재교육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우재국 경찰청 감찰과 경위는 "수갑 도주 사건은 지난해에는 8월 말까지 16건이 발생했던 게 올해는 수갑 관련 지침 등의 효과로 8월 말까지 6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며 "피의자 도주 사건은 추가 범행의 우려나 불안감 조성 등 문제가 있는 만큼 사안에 따라 해당 사건을 일으킨 경찰에게 징계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징계 수위 높여야…'실리콘 수갑' 내년부터 상용화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피의자의 인권을 생각하다가 도주 했을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의 인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지침에 미국처럼 수갑을 채울 때 뒤편으로 채우는 방식이나 케이블 타이를 사용한다든지 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게 피의자 도주 방지를 위해 바람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피의자 인권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으니 강력범에 한해서 뒷수갑이나 케이블 타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피의자가 도망갔을 경우 담당 경찰관에게 경징계가 아닌 중징계를 내려 기강해이 문제 등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피의자의 부상 방지'와 일선 경찰관들의 '적극적인 수갑 사용 장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년부터 실리콘 수갑을 일선 지구대 등에 보급할 예정이다.

실리콘 수갑은 기존 알루미늄 수갑과 재질·작동 원리 등은 거의 같지만 손목이 닿는 부위에 실리콘을 덧댄 수갑이다.

경찰청은 이미 지난해와 올해 1~7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총 300여개의 실리콘 수갑을 현장에서 시범운영했다.

경찰청 장비과 관계자는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상처가 발생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상처를 방지할 수 있는 실리콘 수갑을 보급·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내년 도입을 목적으로 시범운영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알루미늄 수갑에 비해 단가가 두 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예산 문제 등으로 모든 수갑을 한 번에 바꾸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면서 "순차적으로 실리콘 수갑의 보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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