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아성을 깬다", 가격 싸고 효과 좋은 독감백신 등장

SK케미칼 (43,850원 ▼150 -0.34%)이 세계에서 3번째로 세포배양방식의 독감백신 승인을 받고, 세포배양방식의 백신 시대를 열었다. 셀트리온 (190,900원 ▲100 +0.05%)도 자체 세포배양시설을 이용해 독감예방 백신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백신은 기존 유정란 방식으로 국내 백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녹십자 (114,000원 ▼400 -0.35%)에 강력한 대항마가 될 전망이다.

30일 SK케미칼에 따르면 최근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방식의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의 제품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획득하고, 경북 안동의 세포배양백신 공장 'L하우스'에서 본격 생산에 착수했다.


L하우스는 SK케미칼이 2000억원을 투자해 세계에서 3번째로 완공한 세포배양방식의 백신공장이다. 연간 최대 생산량은 1억5000만 도즈(1도즈=1회 접종량) 정도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세포배양백신의 생산능력은 기존 유정란 방식보다 훨씬 높아 백신의 원가 경쟁력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독감백신은 정부조달(보건소, 지자체) 시장과 민간(도매상, 병원) 시장으로 나뉜다. 이중 400만도즈 정도가 정부조달 물량이다. 올해 질병관리본부는 보건소에서 사용할 독감백신을 7500원에 사들였다. 일반 병원은 1만원 정도에 독감백신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SK케미칼과 셀트리온이 대량 생산에 나설 경우 기존 녹십자 등의 백신 가격보다 20~30% 낮아질 수 있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은 국내 백신 시장의 강자인 녹십자를 흔들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 독감백신 시장은 1100억원 규모로 이중 녹십자가 600억원 어치를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는 일부 제약사들이 원료를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케미칼이나 셀트리온 등이 독감백신 생산을 본격화하면 녹십자 백신은 물론 수입 백신 상당 부분도 더 저렴한 백신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알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녹십자와 SK케미칼, 셀트리온 등이 독감백신 경쟁에 나선다면 백신 가격이 낮아지고, 이미 생산한 독감백신의 폐기물량이 급증할 수 있다"며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백신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독감백신의 효능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 현재 녹십자의 독감백신은 3종의 독감바이러스만 예방해주는 '3가' 백신이다. 반면 SK케미칼과 셀트리온 등은 4종의 바이러스를 예방해주는 4가 백신을 만들 예정이어서 품질 경쟁력도 한층 뛰어나다는 평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국내 백신사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글로벌 백신시장은 2013년 기준 240억달러(24조원) 수준으로 2020년까지 매년 10%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의 프리미엄 백신시장이 커지고 있고,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률이 확대되면서 필수 예방 백신도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