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다 소매치기 검거한 '가수'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사진제공=경찰가수 송준

"자나~깨나 당~신 생각"

가수 송준은 자신의 노래 '자나 깨나 당신 생각'을 부르다 이상한 남자 관객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무대는 안 보고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펴서다. 송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30대 후반의 그 남자는 옆 사람 뒷 주머니에 꽂혀 있던 장지갑을 훔쳤다. 송준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남자를 제압했다. 주변 사람 두세 명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잡았다. 사회자는 당황했다.

가수 송준이 노래 부르다 소매치기를 잡은 것은 그가 '경찰가수' 송준이기 때문이다. 송준의 본명은 송인억. 현재 서울 남대문경찰서 태평로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송준은 자신을 마징가 제트에 나오는 '아수라 백작'이라고 소개했다. 백작이 몸 한 쪽은 남자, 다른 한 쪽은 여자라면 자기는 한편으로 경찰 송인억 경위, 다른 한편으로 경찰가수 송준이라는 뜻이다.

송준은 "평소에는 경찰이었다가 쉬는 날에는 가수가 된다"며 "수년 전 지방 야외 무대에서는 노래를 부르다가도 경찰로 변신해 범인을 잡았다"고 말했다.

송준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넉넉하지 못한 가정환경으로 경찰이 됐다. 아버지의 권유였다. 하지만 경찰이 되고도 심장 속에서는 여전히 가수라는 꿈이 펄떡였다. 경찰 송인억이 가수 송준이 된 계기는 2008년 제12회 배호가요제다. 송준은 금상을 수상하며 '경찰가수 송준'으로 데뷔했다.

가수로 데뷔한 송준은 지금까지 8년간 약 500회 공연했다. 방송 전파도 수차례 탔다. '자나 깨나 당신 생각', '너무 너무 좋은 당신' 등 음반도 냈다. 경찰 내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송준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내게 출연 제의를 한 적 있다"며 "거기 나가 제대로 트로트 꺾기를 선보일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준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송준은 "장기간 경찰 일을 손에서 놓으면 동료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중생활이 부담되지만 송준은 '경찰가수'가 자랑스럽다. 송준은 "이제 스타가수가 되겠다는 꿈은 버렸다"며 "간간이 경찰가수로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분들에게 노래 봉사를 하며 사는 현재가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