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한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부터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 삭감으로 마련되는 재원을 활용해 연간 1000개 이상의 청년고용 확대도 추진한다.

현대차 (249,500원 ▼500 -0.20%)그룹은 11일 청년고용 확대와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16년부터 41개 전 그룹사 임직원 15만명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먼저 그룹사의 정년 연한을 60세로 일괄 연장할 계획이다. 지금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이상 만 58세), 현대제철 현대건설(만 57세) 등 계열사별로 정년이 각각 다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년을 앞둔 종업원들을 위해 재취업 및 창업 프로그램, 자기계발, 노후 대비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등 종업원들의 정년퇴직 후 안정적인 삶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정년이 연장되는 대신 일정 연령부터 퇴직 때까지 임금을 일부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모든 계열사에 도입한다. 현대차그룹은 각 회사별로 근로자대표(노동조합 등)와 임금피크제 적용 범위 및 방식에 대해 협의를 시작하고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현재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 노사 합의를 이뤄낸 건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단협 및 취업규칙 변경 사항에 해당하므로 근로자 대표 또는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해 합의를 도출하겠다"며 "임금피크제 시행을 위해선 노조의 협조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이번 주부터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이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가 노사 협상의 쟁점으로 부각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년연장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줄어드는 만큼 청년채용 확대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연간 1000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복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시행과 청년고용 확대는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우수한 인재 확보로 회사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수한 젊은 인재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발표로 산업계 전반에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가 더욱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고용 관련 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경우 중장년층의 고용이 안정되고 청년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돼 경직된 국내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