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최대딜러 전면파업…올해 판매 목표 '빨간불'

지난 17일 서울 대치동 포르쉐코리아·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 사옥 앞에서 집회 중인 SSCL 노조원들. /사진=SSCL 노동조합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포르쉐가 하반기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최대 딜러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수순에 들어가 판매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데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포르쉐로서는 별다른 중재 방법이나 판매 대안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19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SSCL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포르쉐 대치동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SSCL 노조는 사 측이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 4명을 해고한 데 반발해 지난 5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보장과 휴일수당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지난 2월부터 15차례에 걸친 협상을 진행해 왔다.

SSCL은 서울 서초동과 경기 성남 분당, 인천 등에 6개 매장을 갖춘 포르쉐의 국내 최대 딜러사다. 포르쉐코리아 판매 차량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SCL은 현재 판매 사원 68명 가운데 10여명을 제외하고 전원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매장별로 판매사원 1∼2명만 정상 출근하는 상황이다.


파업은 포르쉐의 판매 실적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포르쉐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9% 증가한 2120대를 판매했다. 하지만 지난달 SSCL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판매 증가율이 10.6%로 둔화됐다.

특히 전달 대비로는 차량 판매가 28.1% 감소했다. 이달 들어 이미 파업이 보름 가까이 계속되고 있어 판매량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게 불가피하다. 특히 올해 판매 목표 4000대 달성도 차질을 빚게 됐다.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 측은 노조의 기본급, 수당 보장 등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으며, 특히 판매사원 4명에 대한 징계는 "사내 규정과 현행법 위반에 대한 정상적인 징계"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 장기화를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 주 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징계자 4명에 대해 부당해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노사 양 쪽이 모두 결과에 승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SSCL은 포르쉐코리아가 설립된 2013년 9월 이전까지 국내 포르쉐 수입과 판매를 독점했다. 현재도 포르쉐코리아는 SSCL의 포르쉐 대치동센터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SSCL외에 아우토슈타트, 3P모터스 등의 딜러를 두고 있지만 담당지역이 일산·충청·전라 등지여서 SSCL의 자리를 대신하기는 역부족이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국내 포르쉐 브랜드의 이미지에도 영향이 있는 만큼 조속히 마무리되길 희망한다"며 "하지만 엄연히 별개의 회사인 만큼 우리가 노사 문제에 개입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파업이 SSCL의 딜러계약 갱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지만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딜러계약 종료는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SSCL은 2005년 5월 한성인베스트먼트주식회사(옛 한성자동차)의 포르쉐사업부가 독립돼 설립됐으며, 지분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소재한 레이싱홍 계열의 부동산개발 회사인 애스캠피언(Ascampian Sdn.Bhd.)이 100%를 소유하고 있다.

레이싱홍 그룹의 '아펙스 인베스트먼트'는 포르쉐코리아의 지분도 25%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