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美 제로금리 시대…주택경기도 막 내리나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과잉공급과 대출규제, 보증축소에 이어 미국 금리인상까지 현실화되면서 주택시장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대형 악재들이 겹겹이 쌓이자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택경기는 빠르게 식어가는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업계와 소비자 모두 ‘결정장애’에 빠진 것.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된 이벤트이지만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국내 금리가 따라 오르지 않겠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주택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출규제나 보증축소와 맞물리면 그 위력은 배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제로금리 시대 폐막…“주택소비심리 꺾인다”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과 관련 전문가들은 당장의 직접적인 충격보다는 주택시장의 소비심리 향방에 주목한다. 과잉공급과 대출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실제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4로 전월대비 8.6포인트 하락했다. 수도권은 128.1로 1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고 지방도 7.1포인트 떨어진 119.1을 기록했다.

소비심리지수는 하강국면(0~94), 보합국면(95~114), 상승국면(115~200)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지난달까지는 상승국면에 해당했지만 보합국면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은 구매에 따른 리스크가 커 상당한 고민 끝에 구매를 결정하는 고관여 상품으로, 미국 금리인상은 우선적으로 소비심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미국 금리인상은 부동산·주택시장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심리불안이 확산되며 1분기 관망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출규제 맞물려 집값 조정 빨라질 수도”
공급은 넘치는데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주택 구입을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 집값 하락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내년 대출규제나 보증축소 시점과 맞물려 있는 점을 우려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예상돼 왔지만 정부의 대출규제와 같은 타이밍에 적용됐기 때문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주택시장엔 최대 악재”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집값 조정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대출규제와 맞물려 주택 구매력 약화와 집값 하락 등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당장 전면적으론 나타나지 않더라도 집값 하락 조건이 충분해졌다”고 내다봤다.

박상욱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집값이 최근 1~2년 새 급격히 올라 피로감이 상당한데다 경기상황도 우호적이지 않아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조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시장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경우 단기적으로 전세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실수요자들이 주택구매를 미루면서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전세에 머물려는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김태섭 실장은 “집을 안사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전세난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며 “깡통전세 위협도 있어 반전세를 선택하는 임차인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추가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중장기적으론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권에선 미국이 내년 연말까지 3~4차례에 걸쳐 최대 1%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국내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 직접적인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는 “현재의 가계부채 상황에서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상승해도 대출이자가 연간 1조7000억원이나 증가한다”며 “결국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주택가격이나 건설시장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당장 시중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겠지만 다음 금리 인상이 관건으로 국내 부동산 수요가 줄어 회복세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