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찍히면 죽는다"…수직적 당청관계가 만든 '최순실 게이트'

머니투데이
  • 구경민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10,820
  • 2016.11.23 05:50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the300][런치리포트-무너진 국정시스템 해법은(하)]①"비주류 인정안해 소장파 말살…권력 비판 목소리 높여야"

"찍히면 죽는다"…수직적 당청관계가 만든 '최순실 게이트'
"찍히면 죽는다."

지난해 7월8일.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사퇴하자 정가에선 "VIP(박근혜 대통령)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말이 정설처럼 돌았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 이유는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에서 비롯됐다. 국회의 행정입법권 심사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데 대해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며 유 원내대표를 찍어내렸다. 당시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얘기(법 통과)를 끝냈는데 이제와서(통과되고 나서) 다른 소리를 한다"고 머리를 흔들어댔다. 법 통과 이후 박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청와대에서 국회법을 통과시키지 말라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당청간의 '소통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결국 진위여부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채 유 원내대표는 5개월 만에 헌법1조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을 지키고 싶었다며 헌법1조2항(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거론하면서 물러났다. 이후 청와대와 멀어진 유 전 원내대표 20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새누리당 "수평적 당청관계" 외쳤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오랫동안 '특수관계'를 유지해온 최순실 씨가 국정운영에 개입할 수 있었던데는 당청간의 소통 부재가 컸던 점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친박'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당내 최대 계파가 되면서 정국의 중심이 된다. 19대 국회 전반기에는 친박계인 황우여 의원이 당 대표를 맡은 데 이어 '범친박' 이완구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맡았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친박계가 원내지도부를 장악했고 친박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정국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친박 친정체제 구축으로 '수직적 당청관계'가 강화되자 이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1년동안 '친박' 황우여 당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나란히 청와대편에 서면서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비주류 김무성 의원이 2014년 7월 '친박(친박근혜)핵심'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당대표에 오르는데 힘이 실린 요인이기도 하다.

당 대표 출마 당시 김 의원은 "할 말 하는 당대표" "수평적인 당청관계"를 천명했다. 이후 역시 비박계로 분류된 유승민 의원이 '친박' 이주영 의원을 꺾고 원내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집권여당이 비박계 김무성 유승민 투톱체제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후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박 대통령, 청와대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보였다. 그해 10월 '상하이 개헌 봇물발언'에 이어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KY(김무성-유승민)'가 지목되면서 당청관계는 그야말로 살벌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대표 재임시절 겪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문제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김 전 대표는 대표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전화 한 통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기춘,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간에서 박 대통령과의 전화 연결을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성사시키지 못한 일화도 털어놨다. 특히 김 전 대표는 한번 틀어지면 좀처럼 돌아서지 않는 박 대통령의 '고집'을 풀어줄 인사가 주변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말도 곁들였다.

이처럼 비박계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당청 갈등이 커지나 비박계 지도부가 물러난 자리엔 또다시 '친박계'가 채워졌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오더정치', '수직적 당청관계'가 심화됐다는 평가다. 유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어부지리'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의해 작년 7월 원내대표에 추대됐다. 이후 원 원내대표는 본인을 '신박(新 박근혜)계'로 분류해 달라면서 대놓고 청와대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원유철 원내대표와 협상을 하려면 꼭 청와대에 보고하고 지시가 떨어져야 결정을 내는 구조였다"고 토로했다.

4.13 새누리당의 참패로 올해 5월 새 원내대표직에 오른 정진석 의원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당·청 관계는 더는 지속할 수 없다"면서 당청관계 변화를 약속했지만 오히려 당청관계는 물론 당내에서도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평가다. 더구나 총선 참패 이후 치러진 당대표 선출에서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이 '오더투표(청와대에서 특정 지지자를 투표하라는)' 의혹을 받으면서 친박계의 절대적 지지로 당 대표에 올랐다.

◇"박근혜당, 비주류 인정안해 소장파 말살…야당 역할론도 문제"

정치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수평적 당청관계를 확립시키는데 실패한 것에 더해 비주류까지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지금껏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들이 비주류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할말하는' 소장파를 말살시켜 '당을 박근혜 사당화'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은 "당청 관계가 '일체형'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말하는 문화"라며 "청와대가 원래 그런 스타일이니 폐쇄적인가보다 하고 용인하는 분위기도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야당도 제 역할을 못해 '건강한 당청관계'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내에서 청와대와 대통령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으면 야당에서라도, 당외에서라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있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야당도 이 문제에 소홀했고 정치권 공동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청와대와 소통할 것은 하되, 정부 의견과 다른 야당의 의견도 충실히 전달했었어야 했다"며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목소리를 키우는 정치자생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한국엔 안 갈래요"…글로벌 기업 임원 놀라게 한 그 '法'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부꾸미
머니투데이 수소대상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