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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선생님이 키워온 소박한 꿈…'함께 잘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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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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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모은 1억5000만원 미얀마 학교 설립에 쾌척 "아이들 가르치며 받은 돈이니 아이들 위해 기부"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미얀마에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 등 기부의 삶을 실천 중인 김재옥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미얀마에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 등 기부의 삶을 실천 중인 김재옥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내가 성공하고 출세하는 게 나를 위한 거고 부모를 위한 거라는 생각을 나 자신부터 갖고 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게 과연 행복으로 가는 길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교직에서 은퇴 후 활발하게 기부 활동을 하는 김재옥씨(63·여)도 얼마 전까지는 '나 혼자 잘 살면 되지'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겼다. 자녀들에게도 '성공해라', '잘 살아라'고 가르쳤다.

중학교 윤리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라"라는 말보다는 "열심히 살아라"는 말을 더 자주 한 것 같다던 김씨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가치관이 기부문화를 위축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왔던 김씨는 은퇴 후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교직 생활을 하며 모았던 1억5000여만원을 미얀마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 데 쾌척했다. 국내와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정기 후원도 하고 있다.

김씨는 생계 문제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네팔과 중국 아이들을 다룬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며 기부를 다짐하게 됐다. 학교에 가기 위해 줄 하나에 몸을 매달고 범람한 강을 건너는 중국 아이들을 보며 '학교를 지어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학교에 가기 위해 '죽을지도 모르는 길'을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를 하나 지어주면 위험한 길을 안 가도 되지 않나'라는 소박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소박한 생각이 시간이 흘러 미얀마 미야난다르 지역의 아이들 225명을 위한 학교로 열매를 맺었다.


김재옥씨의 후원금으로 지어진 미얀마 미야난다르 지역학교(월드비전 제공).© News1
김재옥씨의 후원금으로 지어진 미얀마 미야난다르 지역학교(월드비전 제공).© News1

"학교가 완공되고 미얀마 미야난다르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아이들이 정말 감사하다고 손을 모으고 인사하고, 지역주민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 제가 한 것에 비해 느낀 감동이 더 컸어요." 김씨는 지난 2015년 8월 학교 완공식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에게 기부란 의무였다. 오랜 교직 생활에서 경험한 일들이 한데 모여 김씨에게 큰 깨달음이 됐다. "제가 교감으로 재직할 때 학생들이 사물함 열쇠를 자주 잃어버리니까 교장 선생님과 행정실장이 의견 차이로 다툰 일이 있었어요. 행정실장은 학급비로 처리하자고 하고 교장 선생님은 안 된다고 하고."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웃던 김씨는 교장 선생님이 했던 말을 곱씹으며 사뭇 진지해졌다.

김씨는 "교장 선생님이 행정실장에게 '힘든 건 알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월급을 받습니다'라고 했어요. 그때 스스로 반성했죠"라며 "우리가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있어서이기 때문이었어요. '아이들이 없으면 내 존재 이유도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10년간 모은 돈을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기 위해 기부한 이유였다. 김씨는 "아이들로 인해서 평생 받은 돈이니까 아이들을 위해 기부 활동을 하는 게 좋지 않나 싶어서 아이들에게 기부하게 됐다"고 수줍게 말했다.

김씨가 은퇴 후의 삶을 기부를 통한 보람으로 채워나가자 주변 사람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 우리 가족 중에 기부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며 "제가 은퇴 후에 이런 일을 한다고 하니 가족들 그리고 제 동생도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에는 김씨의 왕성한 기부활동에 감명받아 가족들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김재옥씨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 가끔은 적자를 보면서도 기부하는 자신을 보며 "저는 크게 착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제가 윤리 교사이기도 했고 항상 아이들에게 가르친 내용을 실천하려고 할 뿐이에요"라며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운이 좋아 조명받고 있는 것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어 "기부를 하게 되면 가끔 내가 초라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여도 '난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자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가 70년대, 80년대 한강의 기적을 거쳐오며 잘살게 된 것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잘살아 보세'보다는 정의로운 사회, 지속 가능한 사회에 대해 아이들에게 더 많이 가르쳤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김씨는 삭막해진 한국사회에 대해 전직 교사로서 자책했다. "기부는 의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이 뻔한 말로 느껴지지 않은 이유였다.


미얀마에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 등 기부의 삶을 실천 중인 김재옥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미얀마에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 등 기부의 삶을 실천 중인 김재옥씨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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