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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묻힌 '민방위 사이렌'…시민들도 '제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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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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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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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습 상황 대비 민방공 대피훈련 참여 저조…긴장 분위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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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 명동의 한 거리. 민방공훈련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지만 시민들이 제갈길을 가고 있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거리. 민방공 대피 훈련을 시작하는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적의 공습을 알리는 경보로 실제 상황이라면 시민들은 즉각 인근 지하철역 등 대피소로 몸을 피해야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아랑곳 않고 제갈길을 갔다. 몇몇은 수다를 떨며 가고, 어떤 이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지하센터 입구 인근에 민방공 훈련 안내요원 3명이 있었지만 깃발을 든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지나가던 대학생 김모씨(20)는 민방공 대피훈련인데 왜 다니느냐는 질문에 "약속이 있어 빨리 가야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제404차 민방위의날 민방공 대피 훈련이 진행됐지만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북한의 장사정포·미사일 등 공습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었지만 시민들 대다수는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전 안내도 제대로 안돼 민방공 대피 훈련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시민들도 많았다.

민방공 대피 훈련이 시작되기 10분 전인 이날 오후 1시50분 명동 거리를 찾았지만 거리는 평온했다. 훈련이 곧 시작됨을 알리는 어떤 안내도 없었다. 민방공 훈련 안내 요원 3명은 깃발을 한쪽에 세워두기만 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훈련이 진행되는지 모르는 이도 많았다. 기자가 명동 거리를 다니는 행인 10명에게 "오늘 민방공 대피훈련이 진행되는 것을 아느냐"고 묻자 이중 5명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훈련을 알고 있다는 이들도 정확히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이민성씨(29)는 "5분만 지하로 대피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취업준비생 김상현씨(27)는 "1층에서 가만히 서 있으면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는 공습경보가 울린 뒤 15분 동안 보행하면 안되고, 운행 중인 차량도 5분간 정차해야 한다.
23일 오후 2시부터 민방공 대피훈련이 20분간 진행됐다. 명동 거리 인근 지하쇼핑센터에 안내 요원이 깃발을 들고 서 있지만 시민들이 지하로 대피하지 않고 걸어다니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23일 오후 2시부터 민방공 대피훈련이 20분간 진행됐다. 명동 거리 인근 지하쇼핑센터에 안내 요원이 깃발을 들고 서 있지만 시민들이 지하로 대피하지 않고 걸어다니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오후 2시부터 민방공 공습 사이렌이 3분간 울려 퍼졌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걸어다녔다. 인근 도로의 일부 차량들은 사이렌 통제를 피하려는듯 쌩쌩 지나가기도 했다. 지하로 피신할 수 있는 대피소 입구가 2곳 있었지만 들어가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민방공 훈련 안내요원들은 깃발을 든 채 서 있었다. 훈련 안내도 없었고 시민들의 보행을 막지도 않았다. 한 안내요원은 "명동은 열에 아홉이 외국인이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내국인들도 자기들 갈 길이 바쁘다며 그냥 가기 때문에 막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들은 일부만 사이렌 소리를 듣고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잠시 멈춰섰을 뿐, 대부분은 신경쓰지 않고 제갈길을 가는 모습이었다.

인근 가게의 음악 소리 등 소음으로 민방공 사이렌 소리가 묻히기도 했다. 가게에 가까이 다가가자 사이렌 소리와 음악 소리가 섞여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었다.

시민들은 민방공 대피 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부는 "어차피 훈련해봐야 전쟁나면 소용 없다"고 말했고, 직장인 이모씨(35)는 "민방공 훈련인 것은 알지만 바빠서 빨리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도 민방공 대피 훈련이 시작되면 지하로 대피해야 하지만, 제대로 진행된 경우는 드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김모씨(35)는 "전체 직원 중 10% 정도 민방공 훈련에 참여한 것 같다"며 "설렁설렁 시간 때우고 들어가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이모씨(35)도 "미리 말도 안해줘서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1층에 대충 피해 있다가 올라갔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 남형도
    남형도 human@mt.co.kr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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