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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 부정했었다"…거세지는 '탈코르셋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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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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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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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직장인부터 뷰티 유튜버·아나운서까지… 긴 머리 자르고, 안경 쓰며 '탈코르셋 운동'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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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탈코르셋_인증'과 함께 SNS 트위터에 게시된 사진. /사진=트위터 캡처
지난 9일 혜화역 시위에 주최측 추산 2만2000여명(경찰 추산 1만5000여명)이 모이는 등 페미니즘이 연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SNS(사회연결망서비스)를 중심으로 화장품을 깨뜨리고, 머리를 자르고, 안경을 쓰고, 털을 기르고, 치마를 벗어던진 사진을 인증하는 여성들이 늘었다.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이다.

10일 SNS 트위터를 중심으로 '#탈코르셋' '#탈코르셋_인증'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한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탈코르셋 운동이란 벗어나자는 뜻의 '탈'(脫)과 여성 억압의 상징 '코르셋'(corset·체형 보정 속옷)을 결합한 말로 '꾸밈 노동'으로 상징되는 여성 억압적 문화로부터의 해방을 부르짖는 운동이다.

기존의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은 예뻐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남성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여성들은 본인들을 치장하며 시간과 돈을 들여 노력해왔다. 하지만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각종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나며 변화가 생겼다. 이제 여성들은 사회에서 규정한 '여성스럽고 예쁜' 모습에서 벗어나 외모적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고 외치고 있다.

"내 얼굴 부정했었다"…거세지는 '탈코르셋 운동'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예뻐지는 방법을 공유해온 뷰티 유튜버들의 탈코르셋 선언이다. 지난 2일 뷰티 유튜버 '데일리 룸 우뇌'(Daily Room우뇌)는 짧은 머리로 등장해 '탈코르셋을 하고 뷰티 유튜브를 내려놓으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영상과 함께 첨부한 글에서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라왔으며, 고등학생 때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같은 여성혐오적 사회 분위기에서 살아오는 게 고통스러웠다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보태기 위해 코르셋을 벗는다고 밝혔다.

"내 얼굴 부정했었다"…거세지는 '탈코르셋 운동'
지난 4일에는 뷰티 유튜버 배리나씨도 탈코르셋 관련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짙은 화장을 하고 렌즈를 낀 뒤 다시 화장을 지우고 렌즈를 벗는다. 민낯으로 안경을 쓴 배씨의 뒤로 "저는 예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자막이 떠오른다. 배씨는 영상과 함께 올린 글에서 "여성들이 겪는 외모 코르셋은 심각할 정도"라면서 "원치 않아도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약속시간 1~2시간 전부터 준비를 해야하며, 집앞 슈퍼에 나갈 때조차 내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 조금의 화장이라도 하고 나가는 여성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을 하시는 여성들은 화장을 안하고 안경을 쓰고가면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를 보게된다. 'ㅇㅇ씨 회사 편하게 다니네?' '어디 아파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화장을 하고 출근한다"면서 "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힘든 일이냐"고 반문했다. 배씨는 "후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며 이 영상을 제작했다"며 "그동안 여자라는 이유로 불편하게 해왔던 모든 것들, 이제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강지영 JTBC 아나운서(위), 임현주 MBC 아나운서/ 사진=JTBC 캡처, 임현주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캡처
강지영 JTBC 아나운서(위), 임현주 MBC 아나운서/ 사진=JTBC 캡처, 임현주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캡처
그동안 '꾸밈 노동'이 의무시 돼온 방송계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임현주 MBC 아나운서는 최근 안경을 쓰고 뉴스 진행에 나서 화제가 됐다. 임 아나운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눈이 불편한데도 억지로 렌즈를 껴왔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것이며 안경을 쓸 때는 가짜 속눈썹도 붙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 아나운서의 수명이 짧은 것은 아름다움과 젊음에 초점이 맞춰져서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나운서의 본질은 뉴스를 잘 분석하고 시청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본질이 아닌 것을 조금씩 끊어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역시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해 화제가 됐던 강지영 JTBC 아나운서는 지난 3일 긴 생머리를 자른 뒤 SNS에 인증 사진을 게시했다. 강 아나운서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알 게 뭐야(Who cares)? #두발자유"라는 글과 함께 잘린 머리카락 사진을 올렸다.

지난해 톱모델 지지 하디드는 영국 패션 매체의 영상에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고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해 톱모델 지지 하디드는 영국 패션 매체의 영상에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고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 같은 탈코르셋 운동은 해외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온 운동이다. 1968년 미국 미스아메리카 대회장 앞에선 여성 운동가들이 여성 억압의 상징인 브래지어, 거들, 화장품, 가짜 속눈썹, 헤어 세팅기 등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헐리우드에선 유명 배우들이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으로 제모를 하지 않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기도 한다. '귀여운 여인'으로 유명한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1999년 노팅힐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석하면서 민소매 원피스에 겨드랑이털을 제모하지 않고 나타났다. 마돈나 역시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고 SNS에 사진을 게시하곤 한다. 지난해 톱모델 지지 하디드도 영국 패션 매체의 영상에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고 출연했다.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직장인 고모씨는 "요즘 머리를 짧게 자르니 아침 출근 시간에 머리 말리는 시간이 많이 들지 않아 편리해졌다. 화장을 하지 않으니 피부도 숨을 쉬는 느낌이다. 허리 라인이 잘록하게 들어간 옷이나 배를 조이는 스키니진 등을 입지 않으니 소화도 더 잘 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탈코르셋 운동의 한계가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원생 A씨는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은 꾸며야한다는 인식이 강한 상태에서 탈코르셋 운동을 해나가는 게 한계가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나 역시도 완전히 사회에서 요구하는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긴 아직 무섭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무의미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함으로써 서서히 사회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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