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코리안리에 과징금 76억원

공정위 세종청사 전경

국내 유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재보험(이하 코리안리)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1993년 재보험 자유화조치 이후로도 25년 넘게 이어져 온 부당한 재보험 요율 산정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위는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약 76억원의 과징금(잠정) 부과를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정확한 최종 과징금액은 의결서 작성과정에서 심의일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재산정해 확정한다.


재보험이란 보험회사가 인수한 보험계약상 보상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다른 보험회사에게 전가하는 보험을 말한다. 코리안리는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최근 5개년 평균 시장점유율 약 88%를 차지하는 사실상 독점사업자다.

코리안리는 구조·산불진화·레저 등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헬기와 소형항공기 등을 담보하는 일반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1994년 4월 재보험자율화 조치 이후 국내외 재보험사의 국내시장 진출이 허용되자 코리안리는 1999년 4월 일반항공보험 시장에 진출한 모든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일반항공보험 재보험특약을 체결했다.


특약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코리안리의 요율만을 적용해 재보험에 가입해야 했으며 모든 재보험 물량을 코리안리에게 몰아줘야 했다. 만약 특약을 위반해 해외보험사에 요율산정을 요청하거나 거래를 시도하는 손해보험사에 대해서는 요율제공 거절, 컨소시엄 지분참여 배제 등의 불이익을 줬다.

실례로 2013년 관용헬기보험 입찰에 참여한 A손해보험사는 코리안리가 아닌 해외보험사로부터 요율을 산정받아 입찰에 참여했는데 추후 이를 알게 된 코리안리는 A사에게 투찰철회를 요구하고 특약해지를 경고했다. 이후 다른 일반항공보험 입찰 시 A사의 요율산정 요청을 거절했다.

또 국내진출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경쟁사업자들을 자신의 재재보험 거래선으로 포섭해 이들이 국내 손해보험사와 직접 거래하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했다.

이러한 코리안리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로 인해 국내 재보험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재보험사의 진입가능성이 봉쇄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 국내시장 내 해외요율 도입가능성을 차단해 과도하게 높은 보험효율이 형성돼 최종 소비자인 보험계약자의 부담을 증대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코리안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해외요율과의 경쟁이 이뤄지면서 올해 코리안리가 제시한 평균요율이 전년대비 65% 미만으로 하락했다.

이에 공정위는 각 손해보험사들과 일반항공보험 재보험특약의 거래조건을 개별적으로 협의해 다시 정하도록 했다. 향후 3년 간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및 재재보험 거래현황을 공정위에 보고할 것을 명령했다.

아울러 11개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코리안리의 요율만 적용하기로 합의하고 보험물량을 상호 배분하기로 한 부당공동행위 혐의(담합)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손해보험사들이 개별적으로 코리안리와 특약을 체결했을 뿐 이들 간 합의증거가 없었고 특약구조를 통해 손해보험사들이 이익을 가져갔다고 해도 이는 코리안리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을 유인한 남용행위의 결과라고 봤다.

신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로 국내 일반항공보험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여 보험료 인하 및 보험서비스 개선이 기대되고 보험계약자가 다양한 보험요율 및 보장조건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