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부에도…두 장관 알맹이 빠진 태안화력 사고대책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사고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관련해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원-하청업체간 불합리한 업무분담 행태인 '위험의 외주화'를 지적했지만, 보다 실무에 밝아야 할 관계부처 장관들은 근로환경 점검, 조사위원회 구성, 안전수칙 재정립 등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만 나열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관련 관계부처 합동대책' 브리핑에서 지난 11일 사망한 고 김용균씨 사고 원인을 밝히고 유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두 장관은 △고강도의 특별감독 △조사위원회 구성 △긴급 안전조치 △인력충원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특별 산업안전보건감독을 통해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 안전조치가 충분했는지, 작업지시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특별조사위원회는 노사와 유족이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해 사고 원인을 규명한다. 긴급 안전조치로 2인1조 근무 즉시 시행, 위험작업시 장비 정지, 6개월 미만 경력자 단독작업 금지 등이 대책에 들어갔다.

하지만 하청업체에 위험 업무를 떠넘기는 원청의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전혀 없었다. 고용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할 뿐이었다.


지난달 국회에 제출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도급사업에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일부 위험작업의 도급 금지조항을 담았지만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개정안은 원청이 도급사업에 대해 책임지는 곳을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도록 했다"며 "이 조항의 이행상황을 보면서 도급 금지범위 확대 여부도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하청업체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원청인 발전사가 부담하게 될 것이고, 관련된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만 답했다. 아무리 좋은 안전수칙이라도 이행되지 않을 경우 제재 방안이 없으면 무의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법에 반영이 돼야겠지만, 현재는 일단 협조를 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줄일 수 있는 발전 5개사의 정규직전환 작업에 대해서도 모호한 답변이 이어졌다. 이재갑 장관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서부발전은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중심으로 고용부와 산업부가 협조해 조속히 결론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관계부처가 이러한 대책을 내놓은 사이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원가 절감을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 의무까지 바깥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사고의 근본 원인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산재 사망의 공통된 특징이 주로 하청 노동자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사실"이라며 "취임 초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을 무엇보다 강조해 왔음에도 이러한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