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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유니폼이라서"…치마 입고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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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형도 기자
  • 임찬영 기자
  • 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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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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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더 추운 사람들-③]영하 한파에 유니폼 입고 떠는 여성들…"바지 좀 입고 싶어요"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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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한 백화점 주차요원이 치마에 코트를 걸친 유니폼을 입고 주차 안내를 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빨간날]"유니폼이라서"…치마 입고 '덜덜덜'
한겨울이다. 영하 10도 아래로도 곤두박질, 그야말로 이불 밖이 무섭다. 바깥에 나가면 손은 주머니에, 겹겹이, 꽁꽁 싸매기 바쁘다. 차마 못 가린 얼굴은 동장군(冬將軍)의 매서운 채찍에 금세 벌개진다. 어디로든, 안으로 얼른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그리고 누군가는 남들보다 더 극심한 추위에 떤다. 유니폼을 입는 여성들이다. 치마라면 더 그렇다. '스타킹' 하나에 의지해 추위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보기에 단정하다 해서, 예쁘다고 해서, 컨셉이라서 강요 받기도 한다. 그 정점엔 대중 앞에서 이미지를 소비하는 '아이돌'도 있다. 전형적인 제복은 아녀도, 음악 컨셉에 맞게 옷을 입는다. 그러다보니 칼바람이 부는 야외 행사장에서도 짧은 치마를 입고 칼군무를 추기도 한다.

그 와중에 변화가 감지되는 곳도 있지만, 그마저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머니투데이가 17일 현장을 찾아가봤다.



추위 떨던 여성 주차요원…"바지 입고 싶어요"



17일 영하 3도에서 영상 1~2도를 오가는 날씨. A백화점 앞, 자그마한 주차 부스에 B씨가 앉아 있었다. 주차요원이었다. 단정한 베이지색 코트에 치마를 입은 그는, 난로에 기대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손님 차량이 오면 부리나케 일어나 나갔다가, 다시 재빨리 난로 앞으로 돌아왔다. 손님 차량 종류와 번호,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장갑도 안 끼고 있었다. "글씨를 쓰기 불편해서" 착용을 못한단다. 그렇게 하루 7시간 정도를 바깥에서 일한다고 했다. 이따금씩 휴게실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다.

B씨는 "한파가 몰아치는 날은 정말 추웠다"고 했다. 볼펜도 얼어서 잘 안 써지던 날이었다. 손이나 다리, 발도 꽁꽁 얼어 촉각이 얼얼했다. 난로를 한껏 틀어도 소용 없었다. 수족냉증(手足冷症: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지나칠 정도로 냉기를 느끼는 상태)까지 있어 더 고역이었다. 그는 "치마 유니폼 대신 바지를 입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데,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치마 유니폼을 왜 강요하는 것 같냐고 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자주 하는 말들이 있잖아요. '(여자) 주차 도우미는 예뻐야 된다' 이런 이미지들이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남성 주차도우미가 패딩을 입고 귀마개를 착용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남성 주차도우미가 패딩을 입고 귀마개를 착용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그의 말대로 남녀 주차요원 복장이 좀 달랐다. A백화점 주차요원들을 살펴봤다. 남성은 남색 패딩에 검은 장갑, 회색 귀마개와 부츠를 착용한 반면, 여성은 귀마개 없이 A라인 갈색·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B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주차요원은 베이지색 코트에 치마, 남성 주차요원은 롱패딩이나 짧은 패딩을 입고 있었다.

'복장 규정'이 있는 걸까. 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A백화점을 취재해보니, 사측은 "없다"고 했고, 직원들은 "있다"고 했다. 주차요원 C씨는 "기본 복장은 여성은 치마, 남성은 바지"라고 했다. 다만 너무 추울 땐 여성들도 바지를 착용할 수 있단다. 추울 땐 힘드냐는 물음에 그는 "찬 바람이 불 때는 힘든데, 그래도 방한용품을 계속 챙겨준다"고 했다. 반면 A백화점 관계자는 "복장 규정 자체가 없고, 여성이 치마만 입어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없다"며 패딩을 안 입고 있는 직원들도 모두 패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무릎 동동 구르던, 화장품 판촉 사원




서울 중구 명동 소재 한 화장품 매장 앞에서 판촉 요원이 쭈그리고 앉아 정리를 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서울 중구 명동 소재 한 화장품 매장 앞에서 판촉 요원이 쭈그리고 앉아 정리를 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화장품 보고 가세요, 안에 들어오세요."
"찐리 미엔 칸이샤(들어와서 보세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대로변은 화장품 판촉 경쟁이 치열했다. 오가는 이들에게 전단지를 내밀고 거절당하길 반복했다. 이목을 좀 더 끌려고, 기운을 끌어 모아 힘껏 목소리도 냈다. 뜨거운 열기와는 달리, 직원들은 추워서 떨었다. 바깥에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대다수는 자유 복장이었지만, 간간히 유니폼 입은 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치마를 입은 판촉 사원들은 "유니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판촉 사원 D씨는 치마 유니폼을 입고, 화장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점퍼를 입었지만 추위를 막긴 역부족인듯 했다. 이어 전단지를 나눠주며 "화장품을 한 번 보라"며 큰소리로 손님들을 끌었다. 무릎 높이 정도 되는 난로 앞에서 서 있던 그는 "이거 없으면 아예 일을 못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난로 없이도 일해본 적이 있는데, 일을 못할 정도로 추웠단다. 오래 서 있으면 추위가 누적이 된다고. 그가 바깥에 서 있는 시간은 45분, 쉬는 시간은 15분이라 했다.

D씨는 "유니폼은 치마를 입고 레깅스를 신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며 "솔직히 기모 바지를 입고 일하면 훨씬 따뜻해서 좋긴 하다"고 토로했다.

화장품 판촉 사원 E씨는 "겨울에 너무 무섭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얇은 스타킹을 신고, 무릎 약간 위쪽까지 올라오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의 동료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니폼이라고 했다. "바깥에서 손님들을 끌 땐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른다"고 했다. 지난해 겨울엔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간 날이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매장 안과 밖을 계속 왔다갔다 했다. 냉동 생선처럼 차가워진 다리를 주무르며 "돈 버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단다.

이를 바라보는 행인들 심경도 마찬가지. 주부 박경은씨(53)는 지나가며 한 화장품 판촉 사원을 향해 "아이고 추워서 어떡하냐"며 혀를 찼다. 박씨는 "날도 추운데 치마가 웬 말이냐, 저런다고 손님들이 가게에 더 가는 것도 아닌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짧은 치마가 일상이 된, '女아이돌'




걸그룹 러블리즈가 2018년1월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신관에서 진행된 '뮤직뱅크' 리허설에 참석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최저기온은 영하 6도, 최고 기온은 2도였다./사진=김휘선 기자
걸그룹 러블리즈가 2018년1월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신관에서 진행된 '뮤직뱅크' 리허설에 참석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최저기온은 영하 6도, 최고 기온은 2도였다./사진=김휘선 기자

한술 더 떠, 겨울 한파에도 한뼘 치마를 기꺼이 감내하는 이들도 있다. '여성 아이돌'들이다.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한치 오차도 없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이제 '그러려니'하는 일상적 모습이 됐다. 바디슈트 정도나 돼야, 선정성 논란이 나오는 분위기다.

그러다 지난달 15일, 그룹 AOA 설현이 무대서 쓰러지며 복장 논란이 잠시 일었다. 당시 그는 붉은색 긴 상의에, 검은색 짧은 반바지 차림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최저 기온은 영하 8도(최고 기온 3도). 이에 설현 팬들은 "영하 날씨에 그렇게 짧은 옷을 입혀도 되느냐"며 비판했다. 이후 소속사 FNC에선 "설현이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목이 붓고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과호흡이 왔다"고 설명했다. 설현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공연 중에 무리가 온 것 같다"며 "실내라 춥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따뜻하게 잘 입고 다니겠다"고 했다.

이처럼 짧은 복장을 입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연예계 관계자들은 '음악 컨셉'과 '대중 선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걸그룹이다보니, 의상을 소녀다움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맞춰 입는 경우가 많다"며 "테니스 치마나 이런 게 요즘 10대들이 좋아하는 의상이기도 하고,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요즘 대부분 무대들이 실내에 있어서 추위나 그런 부분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며 "야외 행사 때는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돌 음악이 '보는 음악'과 '듣는 음악'으로 나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듣는 음악은 비주얼(visual) 적인 측면이 부각되지 않지만, 보는 음악은 음악과 비주얼 적인 부분이 공존한다"고 했다.

다만 걸그룹이라고 무조건 노출을 강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노출을 위한 노출은 대중들이 잘 안다. 음악보다 앞세워 이뤄지는 것들은 경계를 해야 한다"며 "이미지를 소진 시킬 수 있다. 노출이 이슈가 됐다면 그 다음엔 더 심한 노출을 해야하지 않겠느냐. 팀 생명력에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바지 입을 수 있는 곳도 치마가 80%, 이유는…




(인터뷰 내용과 관계없음)
(인터뷰 내용과 관계없음)

분야 별로 차이는 있지만, 치마 유니폼을 고집하던 기류도 조금씩 바뀌고는 있다. 기업 이미지 마케팅을 중시하던 것에서, 점차 실용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 가는 탓이다.

'승무원'들이 대표 사례다. 통상 치마 유니폼을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었던 대표 직종이기도 했다. 이경화 작가는 저서 '유니폼의 이해'에서 "승무원 등 대면 서비스 업종은 기업이미지 외에 신뢰감과 친절한 이미지가 중시된다"며 "여성적 포근함이 느껴지는 부드럽고 지적 이미지의 유니폼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각 사마다 세련되고 우아한 치마 유니폼에 스카프를 착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최초로 승무원 복장에 바지를 도입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전반적으로 치마·바지를 혼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커피숍에 승무원들이 앉아 있다./사진=임찬영 기자(인터뷰 내용과 관련없음)
인천국제공항 커피숍에 승무원들이 앉아 있다./사진=임찬영 기자(인터뷰 내용과 관련없음)

17일 인천국제공항서 만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F씨는 "(자사 승무원들 중) 치마와 바지를 입는 비율이 8대2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도 "원하면 바지를 신청해 받으면 되고, 누구든 자유롭게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치마를 입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호도에 따라 다른 것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승무원 G씨도 "치마가 편한 사람은 치마를 입고, 바지가 편한 사람은 바지를 입는다"고 했다.

하지만 바지를 신청할 수 있어도,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마음 편히 못 입는단 의견도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전직 승무원 H씨는 유튜브 채널 '달콤한 크루들'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유니폼 바지가 있는데, 아무래도 분위기가 보수적이다 보니까 바지가 있어도 못 입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치마를 입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면, 승무원들에 대한 사회적 선입관이나 시선이 원인일 수 있다"며 "외국과 달리 한국 승무원은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는 그런 사회적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치마와 바지를 입을 때, 승무원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 스스로 편견을 내재화 한 것일 수 있다"며 "그래서 승무원들 스스로도 치마를 선호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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