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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있는 한국, 한반도 넘어 세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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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 2019.05.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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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키플랫폼]딘 벤자민 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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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 리셉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맞은 글로벌 경제가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딘 벤자민 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뉴노멀 시대가 오히려 ICT(정보통신기술)와 K-POP, K-드라마 문화예술 등 소프트파워 강국(군사력 등의 하드파워와는 대응하는 개념)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주제로 강연한 딘 벤자민 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국 정가를 비롯해 기존까지 중국을 보던 대부분의 국제적 관점은 양안(중국·대만) 관계나 남중국해 영유권 등 지정학과 군사안보였다. 그러나 뉴노멀 시대, 이제 더이상 미중관계를 이렇게 바라볼 수 없게 됐다.

▶맞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무역·금융 수단 등 경제적 관점에서만 중국을 바라본다. 이제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와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다. 이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식재산권(IP) 보호를 강조한다.
딘 벤자민 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Understanding the Frontier: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이후의 새로운 질서' 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딘 벤자민 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Understanding the Frontier: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이후의 새로운 질서' 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IP 보호가 미중 관계의 키(key)가 됐다는 뜻인가.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를 논하고, 통화 조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건 IP 보호다. 기술은 돈이 된다. 그래서 IP는 곧 경제안보와 직결되고 정보안보, 국가안보, 군사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국가들은 법에 따라 타국 기술을 구매한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만의 법 체계가 있는 양, 타국의 기술을 무단으로 훔쳐간다. 이 같은 태도는 곧 IP 생태계를 무너뜨린다. 법 체계에 기반해 움직이는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본다. 그는 중국이 IP 재산권 침해를 통해 자유무역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불공정한 무역방식으로 경제를 성장시켰다고 보고 있다. 이것이 미중 갈등의 핵심이며, 미중 무역협상이 계속 미뤄진 이유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두, 비행기 등을 더 구매하겠다는 중국의 제안도 거절했다. 문제는 IP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이 불가능하다.

-IP 관련 미국의 우려에 부응하기 위해 중국은 IP 법원을 설립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데 협상이 조만간 타결되지 않을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미중 간에는 '낮은 신뢰' 문제가 있다. 중국 사법부가 공산당 아래에 있기 때문에 법적 결정은 당이 원하는 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 등 '제대로 지켜질지 모르겠다'는 의심 말이다. 이런 '낮은 신뢰' 문제 때문에 양국은 다른 많은 부분에서도 점차 협력·교류하지 않고 있다.

-양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더 격화돼 전쟁 등 직접적인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나. 중국이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우려된다.
▶그런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정말 다행인 것은 미중 갈등이 통상무역 갈등에 국한됐을 뿐, 군사 갈등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중국 역시 군사력 충돌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만에도 중국은 군사력을 쓰지 않은 채 지켜보기만 한다. 남중국해 문제에도 중국과 미국은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또 중국은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지만 증축하고 있지는 않다.
임종철 디자인 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인 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미중 갈등 심화로 한국은 '프로아메리카', '프로차이나' 어느 쪽을 택해야할지 갈등이 깊다.
▶그렇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 그리고 수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입장은 난처할 것이다. 중국은 프로차이나하지 않으면 보복하는 만큼 더욱 그렇다. 앞서 한국이 방어를 위해 사드(THAAD)를 배치한다는 데 대해서도 중국은 사드 보복으로 대응했다. 그래서 롯데가 중국에서 철수했고 한국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끊겼다. 이건 한국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중국중심적 사고에서 비롯했다. 물론 한국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힘'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견국 한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힘을 가졌다고 보는가.
▶먼저 한국은 전세계 손꼽히는 경제 강국이며 5G 네트워크 등 ICT 강국이다. 이는 한국이 패를 손에 쥐고 있다는 뜻이다. 만일 미중 갈등 상황 중 중국이 프로차이나를 요구하며 압박한다고 가정하자. 한국은 "그럼 우리가 화웨이를 시장점유에서 눌러주지"라고 맞설 수 있다. 또 어떤 나라가 북한을 휘두르며 한국이 진행해온 협상을 방해하려 한다면 한국은 "그렇다면 당신 국가에 투자를 안할 것"이라거나 "ICT,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은 K-POP, K-드라마, 문화예술 등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K-드라마 영향력은 월트 디즈니와 유사하다. 막강햔 영향력을 통해 한국은 동남아시아, 중동 국가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얼마 전 UAE(아랍에미레이트)에 방문했는데 한국의 투자에 찬사하는 등 한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영향력은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높이고 고객·소비·산업·마켓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베이스가 될 것이다.

경제 강국 한국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통해 국제 이미지 제고에도 나설 수 있다. 가난한 국가들을 위해 한국이 투자한다면 다른 국가들은 한국을 '타국을 돕는 국가'로 이해할 것이다. 이런 이미지는 정치적으로 중요하다.

또 한국만 할 수 있는 일도 다수 있다. 예컨대 '국제평화유지활동'(peacekeeping)은 한국이 영향력을 떨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돈이 없거나, 법적인 베이스가 없거나, 일본처럼 군비 증축 제한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군사 규모를 키워 국제평화유지활동을 늘릴 수 있다. 중견국 한국이 더 믿음직하고, 큰 힘을 가졌다는 걸 세계에 보여줄 기회다. 단, 한반도를 넘어서 생각할 때만 한국의 파워를 활용할 수 있다.
딘 벤자민 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Understanding the Frontier: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이후의 새로운 질서' 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딘 벤자민 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글로벌 콘퍼런스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에서 'Understanding the Frontier: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이후의 새로운 질서' 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한반도를 넘어서 생각하라'는 주문은 북한 문제를 극복하라는 것인가.
▶그렇다. 한국의 정책 결정자, 언론인 등과 대화할 때면 북한 문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한국이 가진 능력들을 펼칠 수 없다. 앞서 말했던 한국의 다양한 힘을 모두 활용할 때, 북한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예컨대 러시아가 북미 대화나 남북 우호 등을 방해하려할 때, 한국은 투자를 해주지 않거나 무역을 하지 않거나 기술을 판매하지 않는 방법으로 러시아를 자체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미국에 "우린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에 "러시아가 북한을 도울 수 있으니 러시아를 중요 역할로 고려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푸틴 러시아는 열강이 되고 싶어하지만, 러시아 경제는 한국 보다 훨씬 작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적 규제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 러시아는 '가장 작은 투자'로 열강이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북한을 이용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조금만 북한에 투자를 해주면, 북한은 더 이상 중국 혹은 미국, 한국 등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AFP=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AFP=뉴스1
러시아는 투자를 해주면서도 북한에 핵 폐기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핵을 폐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라고 요구하며 북한과 해왔던 모든 노력을 한 번에 깨뜨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매우 우려스런 상황이다.

한국 정책 결정자들이 G20 등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나눠봐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한국은 경제력과 소프트파워로 러시아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한다. "이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판을 망치려고 한다면 한국 역시 러시아를 해칠 것이다"라는 메시지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철저히 되새겨 보며, 북한 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모든 참여자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힘을 가진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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