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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칼럼] "국민은 사냥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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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배 부국장
  • 2019.05.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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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를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10여일 앞두고서야 간신히 국회 처리법안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그 동안 청와대는 공수처 설치를 강하게 밀어붙이진 않았다. 그러다가 올 들어서야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조국 민정수석은 연초부터 페이스북에 “공수처 설치를 도와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 2월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공수처 설치는 촛불 혁명의 요구지만 (공수처 불발은) 국회가 촛불혁명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밝혀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25일 세간의 관심인 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을 언급하면서 공수처 설치 시급성을 강조했다.

공수처 신설은 문 대통령의 숙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두 번이나 지낸 문 대통령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 ‘운명’에서 아쉬움이 남는 일 가운데 하나로 공수처 설치 불발을 꼽았다.
하지만 공수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뛰어넘기는 만만찮은 형국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에 함께 태워진 안건들의 향방이 오리무중인데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자체를 반대하며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공수처가 국회 문턱에 오른 시점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개혁드라이브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폐해를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한다. 개혁하려면 문제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데 지난 2년간 모두들 개혁만 외칠 뿐이었다. 각론에 대한 정교한 논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공수처는 기소독점주의를 깨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자는 검찰개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는 공수처가 새로운 정치 권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애써 외면한 일차원적인 논리다. 권력기관의 특성을 감안하면 공수처는 청와대가 통제하는 제2 검찰로 탄생할 수 있다. 또 권한을 확대해 국민 인권을 침해하는 새로운 정치 권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조직의 증식을 위해 검찰이나 경찰과 경쟁하면서 무리한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로 국민을 옥죄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늑대와 멧돼지를 잡기 위해 산에 호랑이를 한 마리 더 풀어놓았다 하더라도, 사냥감이 부족해지면 언젠가 호랑이는 늑대와 멧돼지가 아닌 민가를 습격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수처를 두고 푸들과 맹견에 비유해 설전을 벌였지만 실상은 언제든 국민을 향해 달려들 호랑이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다른 권력기관을 신설하려면 사전에 예상되는 폐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려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수사·기소권 분리를 검찰개혁 핵심으로 제시한 청와대와 여당은 공수처에 수사·기소권을 모두 주겠다는 논리적 모순도 어물쩍 넘겨선 안될 일이다. 모든 정권은 검찰을 정치권력 아래에 두려는 습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년간 충복의 면모를 보여준 검찰을 토사구팽 하듯이 개혁의 수술대에 올리려는 현 정권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수술대에서 잘라낸 검찰의 사지를 공수처에 이식할 수 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신설의 목적을 달리 보는 쪽도 있다.

이제라도 공수처의 필요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진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수처를 설치한다고 해도 수사대상인 고위 공직자와 결탁하거나 범죄를 눈감아주면 그만이다. 또 공수처가 제2 검찰이나 검찰 위의 검찰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작은 산에 먹이가 부족해지더라도 호랑이들이 민가로 내려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국민이 권력기관의 사냥감으로 내몰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에서도 이러한 우려을 읽을 수 있다. 일견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발로 비춰졌지만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설치도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반향을 보였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은 본격적인 논의의 출발점이다.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국회 논의에 앞서 공수처의 폐해와 국민 인권 보호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
[김만배 칼럼] "국민은 사냥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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