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휘청인 '레고', 매장 대폭 늘린다

/사진=AFP

87년 역사를 자랑하는 '레고(Lego)'가 왕국 재건에 시동을 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14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등 뼈아픈 구조조정을 겪었지만 이후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 결합을 시도하고 신흥시장에 초점을 맞추며 재도약 발판을 만들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덴마크 조립식 완구 업체 레고는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중국 내 80여 개의 신규 점포를 포함해 올 연말까지 전세계를 대상으로 160여개의 새로운 점포를 열 것이라 밝혔다. 이는 1년 만에 전체 매장 수를 40%가량 늘리는 것으로 올해 말 전세계 매장 수는 600개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실적발표회에서 닐스 크리스티얀센(Niels Christiansen) 레고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될수록 많은 아이들에 다가가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변화 주도를 위해 미리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해 오프라인 점포 확대의 배경을 설명했다.

내년 초에는 인도에도 직영 점포를 연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크리스티얀센 대표는 "앞으로 10년 안에 인도는 1억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중산층 가정에 있게 될 것"이라며 "그곳이 레고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 시장에 주목한 것은 신흥시장을 공략한다는 의지로 읽힌다. 중국에서만 올 연말까지 35개 도시 총 140여개의 점포가 운영될 것이란 계획이다.


레고의 이같은 움직임은 불과 2년 전과 다른 공격적인 태도다. 레고는 지난 2017년 9월 전세계 직원의 8% 수준인 약 14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당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하락한 149억 크로네(2조6392억원)를 기록, 2004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액(상반기)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때 고전한 것은 레고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전문점이던 토이러저스가 파산하는 등 전세계 장난감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어린 아이들이 유튜브에 열광하고 모바일·동영상 등 각종 디지털 기기가 장난감을 대신하게 된 영향이 컸다.

이후 레고의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기술통'으로 알려진 크리스티얀센 대표다. 그는 덴마크 전기모터업체 댄포스에서 2008년 10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대표로 일하면서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등 변화하는 고객 수요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취임 이후 레고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을 시도해 지난 2월에는 레고 블록과 증강현실(AR)을 접목시킨 '히든사이드'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또 온라인 거래 플랫폼도 강화 중이다.

크리스티얀센 대표는 "아이들은 그들이 본 것과 함께 놀길 원하고 그것은 결코 물리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전체 경험에 관한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레고는 이번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147억8200만크로네(약 2조6306억원)라고 밝혔다. 다만 비용은 늘고 영업이익은 줄었다. 비용은 같은 기간 12.0% 늘어난 112억8400만크로네, 영업이익은 16.3% 줄어든 34억9800만크로네, 순이익은 12.3% 줄어든 26억7100만크로네를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