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재 안먹히는 LG-SK…배터리 성장동력 멈추나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셀(파우치용) / 사진제공=LG화학

SK이노베이션 (109,700원 ▼700 -0.63%)과 LG화학 (404,000원 ▲1,500 +0.37%) 배터리 소송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중재에 나섰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최근 LG, SK그룹 고위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양사간 중재를 요청했다.


정 차관은 "소송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지만 양사 소송이 국내 배터리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며 "양사 모두 물밑협상 통로는 열어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양사는 산업부 중재로 화해한 바 있다. 2011년 LG화학은 분리막 코팅 특허를 SK이노베이션이 침해했다고 소송을 냈다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합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중재 시도에도 불구하고 양사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고, SK이노베이션도 최근 LG화학을 대상으로 ITC에 맞제소했다.

양사간 대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말했고, LG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손해배상방안 논의를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의 배터리업체 노스볼트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사(JV·Joint Venture)를 설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에 9억유로(약 1조1800억원)를 투자해 지분 20%, 이사회 자리 1석을 갖게 된다.

폭스바겐-노쓰볼트 JV는 내년부터 독일 잘츠기터에 공장 건설을 시작,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부터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16기가와트시(GWh)로 전망된다.

올해 3월 19일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긴 붓으로 느낌표에 화룡정점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데이브 필립 포드 이사, 스테판 좀머 폭스바겐 이사,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덕 콜린스 미 연방 하원의원, 톰 크로우 잭슨카운티 위원장, 클락 힐 커머스시장. /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폭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과는 아직 JV 설립을 '논의 중'인 단계이다. 상대적으로, 더 빠른 속도로 같은 유럽에 속하는 스웨덴 업체와 JV 체결을 공식발표한 것이다. 논의의 시작점은 SK이노베이션이 노쓰볼트보다 더 빨랐다.

이는 배터리와 관련해 더 이상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폭스바겐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또 다수의 독일 매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이 SK이노베이션·중국 CATL 등으로 배터리 공급 다변화 조짐을 보이자 LG화학이 폭스바겐에 "배터리셀 공급을 끊겠다"며 '갑'의 위치를 과시했던 일 또한 폭스바겐이 공급선 다변화를 서두른 이유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폭스바겐이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인 궈쉬안(国轩高科)의 지분 인수 등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는 중국 언론 보도까지 나오는 등 한국 업체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점 뒤처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노쓰볼트 합작건으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며 "한국은 배터리 업체간 갈등으로 전략적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