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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인권보호 vs 알권리… 다시 떠오른 '피의사실 공표'

머니투데이
  • 하세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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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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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사실공표죄 충돌][the L]11년간 피의사실공표죄 기소 0건… 검·경 수사권 조정과 '조국 논란' 거치며 부활 중

[편집자주]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를 범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수백건의 피의사실 유포에도 불구하고, 이 죄로 기소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문화된 이 법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 논란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인권' 사이의 딜레마에 빠졌다.

[MT리포트]인권보호 vs 알권리… 다시 떠오른 '피의사실 공표'
사문화됐던 피의사실 공표죄가 부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의 갈등으로 비화했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거세졌다.

형법 126조에 규정된 피의사실 공표죄는 쉽게 말해 사건이 재판에 넘어가기 전에는 검찰이나 경찰이 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피의자의 인권보호가 우선한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피의사실 공표는 지난 수십년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이 컸다. 법무부의 공보준칙에도 △중대한 오보나 추측성 보도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범죄 피해의 급속한 확산 또는 동종 범죄 발생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 등 일부 예외를 뒀다.

실제로 지난 5월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에 따르면 2008~2018년 피의사실 공표죄로 접수된 사건은 총 347건에 이르지만 기소된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

이같이 사문화됐던 피의사실 공표 규정이 최근 수면 위로 부상한 올초 검·경의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였다.

지난 1월 울산지검이 약사면허증 위조 구속 사건에 보도자료를 낸 경찰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수사했다. 일반적인 보도자료였지만 울산지검은 피의자가 공인이 아닌 일반인이라는 이유로 경찰관 2명을 입건했다. 경찰이 반발하자 울산지검은 이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 보내 계속 수사하라는 의견까지 받았다.


이에 따라 당시에는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전면적인 검·경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조 장관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정권과 검찰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오는 18일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검·경 수사권조정 관련 입법 전 보완 부분, 수사 공보준칙 개정 등 검찰개혁과 관련해 광범위한 논의를 할 계획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한 수사공보준칙 개정 부분이다. 법무부의 개정 초안에 따르면 법무부는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꾼다. 기소 전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 일체를 공개하는 것이 금지된다. 기소 후에도 피고인과 죄명, 기소방식 등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된다. 또 법무부 장관이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에 대해 감찰을 지시할 수 있는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안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초안과 관련해 대검과 협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지만 대검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를 통해 피의사실 공표와 직적접으로 닿아있는 언론 등과 폭넓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에서는 검찰 측과 논의도 다 마치지 않은 방안을 법무부가 단독으로 강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법무부 장관이 피의사실 공표 의혹에 대해 감찰을 지시할 수 있다는 개정안의 내용도 검찰의 수사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논란을 의식한듯 조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이(친인척 관련) 수사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검사들의 경우 헌법정신과 법령을 어기지 않는 한 인사 불이익은 없다"며 "오해와 억측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개정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지시에 따라 추진해온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조 장관의 취임을 전후해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이미 한바탕 설전을 벌인 여야도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앞서 여권에서는 검찰이 특정 언론에 수사정보를 흘려주고 있다며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지적했다. 이제는 야권에서 조 장관이 자신의 친인척과 관련한 검찰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처벌 규정을 신설한다며 수사외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 장관의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지금 관련 훈령을 개정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고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피의사실 공표죄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합법적인 범위에서 언론브리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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