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보호 개혁?" 여론 악화에 '주춤'…"훈령보다 입법" 주장도

조국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및 법무개혁 당정협의에 앞서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가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원천 금지 관련 ‘속도 조절’에 나섰다.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 진행에 따른 여론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정이 주춤하는 반면 법학계 등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수사기관별 훈령이 아닌 법 개정으로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금지 조항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당초 18일 당정협의 때 피의 사실 공표 금지 원칙을 담은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과 법무부가 직접 수사 검사를 감찰 지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최우선 의제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은 법무부가 지난 7월 박 전 장관 임기 중 마련한 초안을 토대로 최종안과 시행 시점을 조율할 계획이었다. 박 전 장관이 국회 법사위에서 여러 차례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할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도 있었기 때문이다. 법무부도 7월 이미 장관 교체설이 있던 만큼 신임 장관을 맞이한 후 시행 시점을 검토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정협의를 앞두고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 장관이 전날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 취임 이후 조 장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돼 여론이 악화되면서 ‘오비이락’을 피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당정협의를 앞두고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으로 조 장관이 수사를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면서 ‘조국 보호 개혁’이냐는 비판이 나온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무부가 직접 수사 검사 감찰을 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조 장관이 가족 보호라는 사익을 위해 장관 권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조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시행 시기를 수사 종결 이후로 늦추겠다고 선언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일각의 오해나 억측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여권은 다만 지금이 사문화된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금지 조항을 손볼 적기라는 의견은 고수하며 수사기관과 언론 등 각계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학계와 법무부,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언론계 등 관계자들이 모여 토론했다.

이중 학계와 경찰청, 인권위 등에서는 기관별 훈령으로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규제하는 것보다 법률로 승격하든지 현행 형법을 개정해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과 양대 수사기관으로 불리는 경찰에서는 법률로서 공표 예외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의사실 공표 허용 기준을 크게 3가지로 나눠 제안했다.

△보이스피싱 등 국민에게 즉시 알릴 필요가 있는 범죄 △살인·실종·납치 등 신속한 범인 검거를 위해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한 범죄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권력기관의 부정부패 등 공개에 따른 사회적 이득이 큰 경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