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무상교복' 대신 '30만원 바우처' 지급 제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서울 중·고등학생에게 무상교복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를 준비하는 등 무상교복 정책 추진이 가시화한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정책 추진 유보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교복값 대신 사용처 제한을 두지 않는 교육바우처(30만원)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조 교육감이 '무상교복에 대한 서울시교육감의 입장을 설명드립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서울시의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 문장길 서울시의원(강서2)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오는 11월 서울시의회 정례회 상정을 목표로 '무상교복 조례안' 마련에 착수하는 등 무상교복 정책 추진에 나섰다. 당장 내년 추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무상교복 정책 추진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2020년을 향해서 무상교복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예컨대 1년 더 시간을 가진 뒤 검토하면 좋겠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그 이유로 "학교별 편안한 교복 공론화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상교복 정책을 채택한다면 지금의 획일적 교복을 탈피하려는 탈교복 움직임이 뒤집히는 정책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정책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상교복 정책이 시행될 경우 편안한 교복 정책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학교별로 교복·생활복·사복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편안한 교복 공론화를 진행 중이다. 학교별 공론화 결과는 오는 11월쯤 공개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무상교복 정책이 시작되면 탈교복을 택했거나 앞으로 택할 학생들을 차별하게 된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무상교복 정책이 (교복 물려주기와 같은) 자원의 재활용 또는 자원 공유라는 현재 우리 사회의 큰 흐름에 역행할 개연성이 크다"며 "2020년부터 고교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확대 시행으로 예산제약이 대단한 심한 상태라는 점도 있다"며 우려했다.

대신 중·고등학교 입학생에게 무상교복 대신 기본소득 개념을 차용한 바우처(현금)를 제공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교복값(1인당 30만원 추산) 대신 아예 그 돈을 교육바우처 형태로 지급하자는 얘기다.

조 교육감은 "개인적으로는 무상교복으로 한정하지 말고 바우처 형태로 보편적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생각해봤다"며 "교복에 한정하지 않고 학업에 관련한 모든 사항에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과 예산부족을 이유로 무상교복정책에 난색을 표했는데도 이를 제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육감은 "이번 입장문은 무상교복 정책에 대한 고민의 중간 정산격"이라며 "(서울시의회 의원들도) 우리 학생들을 위해 더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 열린 자세로 함께 고민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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