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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 2016년엔 민주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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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영 기자
  • 2019.12.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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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첫 필리버스터…2016년엔 192시간 넘는 발언으로 세계 최장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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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진행된 필리버스터를 방청하는 시민들의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br>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 패스트트랙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은 다수 세력에게 패스트트랙이란 장치를 부여함과 동시에 소수 세력에겐 무제한 토론과 같은 평화적인 저지 수단을 부여했다"며 "계속되는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이제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저항의 대장정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버스터'가 뭐길래


필리버스터(Fillibuster)는 국회 내 다수파인 여당이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다.

국가 공인 해적을 뜻하는 네덜란드어 '프레이바위터(vrijbuiter)'에서 유래한 말로, 1854년 미국 상원의 오하이오 주 노예제 허용 여부 의결 과정에서 반대파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저지한 이후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제헌의회 때 도입됐다. 1948년 10월 제정된 제헌국회 국회법 제46조는 '의원의 질의, 토론 기타 발언에 대하여는 특히 국회의 결의가 있는 때 외에는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국회의원 발언 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는 국회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필리버스터가 폐지됐다.

이후 2012년 5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의 마지막 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부활했다. 국회법 제106조2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를 통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의원이 본회의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본회의 시작 전에 의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의원 1인당 1회에 한 해 토론을 할 수 있으며,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한국 첫 필리버스터,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시도…결과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경축식 축사를 하는 모습./사진=청와대 대통령 기록관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경축식 축사를 하는 모습./사진=청와대 대통령 기록관


일반적인 필리버스터 형태에는 △무제한 토론을 통해 매우 긴 시간 발언하기 △회기의 진행을 늘어뜨리기 △표결 진행 고의로 방해하기 등이 있다. 이 외에도 국회법에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행위는 무엇이든 사용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필리버스터를 처음 시도했다. 6대 국회 민주당 의원이던 김 전 대통령은 1964년 4월20일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에 나섰다. 당시 김 의원은 한일협정 과정에서 박정희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1억3000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여당이던 민주공화당이 김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을 상정한 상태였다.

김 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 시도는 성공으로 끝났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5시간19분에 걸친 연설로 김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아낸 것.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국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구속동의안을 낸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며,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하려 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원고 없이 진행된 연설은 일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고, 김 전 대통령이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의 당시 연설은 훗날 기네스북에 국회 최장 발언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3선 개헌 막기 위해 10시간15분간 발언, 그러나…


이어 약 5년 뒤인 1969년 8월29일 박한상 전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박 의원은 3선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안의 처리를 막기 위해 10시간15분 동안 발언을 했다.

박 전 의원은 8월29일 밤 11시쯤부터 시작해 다음날인 8월30일 아침 9시쯤까지 계속됐다. 속기사 60여명이 동원됐고, 공화당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잠이 들기도 했다.

밤새 발언을 이어나간 박 전 의원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3선 개헌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박 전 의원은 시간을 끌기 위해 대통령 담화내용에서부터 헌법까지 인용했고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까지 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테러방지법' 막으려 47년 만에 재현된 필리버스터



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38명의 국회의원들./사진=뉴스1
2016년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38명의 국회의원들./사진=뉴스1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후 2016년 2월23일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첫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47년 만에 필리버스터가 재현된 것이었다.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이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자 야권은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곧바로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을 포함한 38명의 의원이 9일간 192시간 넘게 발언을 이어가 세계 최장기록을 세웠다.

첫 발언자로 나선 김광진 민주당 의원(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5시간32분 동안 발언해 김 전 대통령의 기록(5시간19분)을 깼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10시간18분 발언으로 필리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마지막 발언자였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12시간31분간 발언을 이어나가 다시 한번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200자 원고지 1만9014장, 363만자(띄어쓰기 포함) 분량의 회의록을 남긴 2016년 필리버스터는 '총선용'으로 악용됐다는 비난과 '즐거운 민주주의 축제'라는 호응을 동시에 얻었다.

192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에도 국회는 2016년 3월2일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단독으로 테러방지법을 의결했다. 이날 야권은 본회의에 테러방지법이 상정되자 전원 퇴장하며 새누리당 단독 처리를 유도했다. 본회의 표결에 참여한 유일한 의원은 김영환 전 국민의당 의원으로 여당의 찬성 몰표 속에 유일한 반대표 1표를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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