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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30조7000억弗' 글로벌 투자' 착한 기업에 몰렸다

머니투데이
  • 반준환 기자
  • 황국상 기자
  • 한정수 기자
  • 김사무엘 기자
  • 2020.0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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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1-<8>투자 패러다임이 변한다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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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만 집중하다 아동착취·환경 외면 땐 불매운동 등 역풍
-신용등급 하락·투자제한 분류도 "선택 아닌 필수 조건"
-ESG 활용 '지수·기업' 성장 꾸준 "韓, 도입 늦으면 위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Environment·Social·Governance)처럼 지속 가능한 투자 자산의 비중을 계속 늘릴 예정이다. 기업들이 경제성장 뿐 아니라 환경문제 같은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투자은행(IB)인 JP모간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 첫 머리에 적은 내용이다.

◇ESG 투자열풍…글로벌 자금 30조7000억 달러=

세계에 ESG 투자열풍이 불고 있다. GSI(글로벌 지속가능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유럽·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 포함) 등 5개 지역에서 ESG 원칙을 접목한 투자자금의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30조7000억달러(약 3경5642조원)으로 2년 전에 비해 34% 증가했다. S&P500지수 구성종목의 시가총액 합계 25조600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향후 20년간 ESG 원칙을 투자결정에 반영하는 자금의 규모가 20조달러(2경3220조원) 가량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가 ESG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한성근 아크임팩트자산운용 대표는 "주주들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자본주의 경제에 도덕적 병폐가 나타났고, 이게 오히려 주주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인식이 ESG 같은 사회책임투자(SRI)의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다. 1996년 한 잡지에 나이키 수제 축구공을 만드는 파키스탄 공장이 소개됐는데, 이 곳에서는 12살짜리를 포함한 아동 근로자들이 손에 피를 묻히며 축구공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1620번의 바느질을 해 수만원짜리 공 하나를 만든 대가로 이들이 받는 돈은 고작 150원이 안됐다. 나이키는 협력업체의 일이라고 했지만 "아동학대이자 착취"라는 비난으로 세계적인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자본주의 병폐 깨닫게 한 글로벌 금융위기=

나이키는 1997~1998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주가가 37% 하락했으며 직원 1600명이 해고됐다.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 생산단가를 낮추고자 한 일이 오히려 화를 일으킨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맥락이 같다. 월가 은행들은 작은 수익을 위해 상환능력이 없는 빈곤층에게도 백만 달러가 넘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해줬고, 이를 토대로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다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부실을 감춘 채 돌리던 폭탄이 동시에 터지며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휘청이는 위기가 왔다. 갓길에서 잠깐 달렸던 과속운전이 초대형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투자자들은 "막혀도 안전한 길을 택하자"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고 이 때부터 SRI나 ESG 같은 정석 투자를 찾기 시작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월가의 투자은행(IB)에서 자금을 빼 신용조합이나 지역개발은행으로 이동한 '무브 유어 머니(Move Your Money)' 운동이 발생한 것도 월가의 뼈아픈 교훈 중 하나였다.

한 대표는 "다른 한편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들에 대한 투자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 ESG에 힘을 불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JP모간 체이스의 디트로이트 도시재활 사업은 ESG 투자의 성공을 보여준 대표사례다. 미국 자동차 생산거점인 디트로이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공장들이 문을 닫자 실업률이 치솟고 세수가 감소해 2013년 180억 달러의 채무를 갚지 못해 시 정부까지 파산하기에 이른다.

JP모간 체이스는 ESG 차원에서 2억 달러를 투자했다. 무작정 돈을 뿌리지 않고 지역민 일자리를 만드는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노후화된 상가건물을 재단장해 유동인구를 모은데 집중 투자했다.

◇ESG, 선택 아닌 필수조건=

이어 도심 철도를 만들어 집과 일터, 상권을 쉽게 오갈 수 있게 하고, 고용확대를 위한 각종 인턴십과 컨소시엄을 운영하자 도시에 활력이 돌아왔다. 디트로이트 총생산(GDP)는 2009년 1860억달러에서 2012년 2156억달러로 늘었고 2017년에는 2600억달러로 성장했다.

JP모간 체이스의 투자액은 대부분 회수되 수익으로 돌아왔고 여기에 지역 개인금융 시장 점유율이 65%로 치솟는 덤까지 얻었다. 디트로이트시도 17개월 만에 파산에서 벗어났다. 회수된 자금은 다시 디트로이트에 재투자되고 있다.

앤디 리우 S&P 상무는 "현재 선진국의 대형 투자자들은 대부분 기업의 ESG 리스크에 대한 평가를 거친 후 투자를 결정한다"며 "최근에는 신흥시장에서도 ESG 리스크를 감안한 투자결정이 하나 둘 정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행보가 이처럼 변하자 기업들도 자신들의 ESG 장단점을 점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후파이낸스 등에서는 기업별 ESG 퍼포먼스 지표를 공개하는 등 ESG 평가를 재무제표 못지 않게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대 기관투자자인 공적연기금(GPIF)이 159조엔에 달하는 모든 투자에 ESG 통합전략을 도입했다.

새로운 지수를 개발하거나 기존 지수를 이용해 ESG 투자에 활용하고 있는데 ESG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3조5000억엔까지 늘어났다.

◇한국 기업들, EGS 도입 늦으면 큰 위기 온다=

이미 한국기업은 ESG 패러다임이라는 영향권에 들어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대표사례인데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팜유 농장을 운영하면서 열대림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2015년 일었다.

이 소식을 접한 네덜란드공적연금(ABP)과 세계2위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모회사인 포스코에 이어 포스코대우 투자금까지 회수해 버렸다. GPFG는 또 담배판매를 이유로 KT&G를 투자 제한기업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KCC의 무디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하향조정(2018년 11월. Baa3→Ba1)되는 일도 있었다. KCC는 실적둔화와 회사분할 계획으로 인해 재무 리스크가 다소 커진 상태였는데 여기에 ESG평가까지 좋지 못한 것이 결정적으로 등급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연금도 올해 ESG 관련 투자를 크게 강화할 예정이다. 2017년 ESG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ESG 평가지수 활용을 투자기준과 주주활동 등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데 이어 2019년 11월에는 ESG를 반영하는 책임투자를 전체 자산군으로 확대하는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

해외투자에 주력하는 한국투자공사(KIC)도 올해 전체 포트폴리오 및 투자프로세스에서 ESG 통합체계를 구축해 ESG 평가를 투자에 적용하고 있다.

정도진 한국회계정보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ESG 활동을 활발히 한 기업들은 앞으로 높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흐름이 사회적 책임 부분으로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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