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떡국 잘드셨나요, 서로 악수나누시죠"..공감·소통의 신년회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이건희 기자

"안녕하세요, 어제 떡국 잘 드셨나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249,500원 ▼500 -0.20%) 본사에서 열린 신년회 단상에 올라 건넨 첫 마디다. 정 수석부회장은 의례적인 새해 인사 대신 '떡국' 이야기를 풀어내며 신년회 분위기를 편안하게 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신년회를 주재한 건 두번째다. 지난해에도 신선한 변화가 있었지만, 올해에는 아예 단상을 없애고 편안한 대화로 신년회를 이끌어 완전한 공감과 소통의 장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는 "저는 어제(1일) 아침에 떡국, 점심에 떡국, 저녁은 된장국을 먹었다"며 '하루에 두 번 떡국 식사'를 알리며 참석자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신년회 전 준비된 메시지에는 없던 '애드리브(ad lib)'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신년회에 나타났다. 지난해 그룹 '복장 자율화'를 시행한 뒤 처음 열린 신년회였기에,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등장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실제 이날 신년회에 참석한 그룹 임직원들은 대부분 넥타이를 매지 않은 편안한 차림으로 자리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수석부회장은 "제 복장을 보고 의아해 하거나 걱정스러운 눈길이 있을 것"이라며 "사실 이 행사가 끝난 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년회가 있어 넥타이를 맸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그러면서 "여러분(임직원)은 여러분의 목적대로, 저는 제 목적대로 입어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말자"고 말했다. 시간, 장소, 상황(T.P.O)에 맞춰 스스로 복장을 선택한다는 원칙에 따랐다는 설명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10여분 정도 신년 메시지를 전했다. 미리 준비한 정제된 메시지를 주로 전했지만 떡국, 복장 이야기처럼 예정되지 않았던 발언도 했다.

특히 '고객의 행복'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한 경험을 꺼내놓았다.

그는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보니 오케스트라에는 연주자의 역할, 지휘자의 역할이 있더라"며 "여러분은 연주자와 지휘자의 역할을 함께 해야 하고, 저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그렇게 조화를 이뤄가면서 서로의 개성을 알고, 존중해 발을 맞춰 가면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그룹 새해 첫 행사를 주재했다. 당시에도 프레젠테이션 방식의 신년사를 전하면서 "확 달라졌다"는 평가를 들은 그다. 그러나 올해는 단상도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올라와 대화하듯 메시지를 전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신년 메시지 마지막 인사도 예상 밖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일어나 서로 악수하며 새해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서로 인사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