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 호주인 '식탁'도 바꾼다

지난 5일(현지시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아다미나비의 힌 농장 모습. /사진=AFP

최악의 산불이 호주인의 식탁까지 바꾸고 있다. 농장과 목초지, 가축 등이 피해를 당하면서 유제품과 육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포도밭 소실로 와인 생산도 차질이 빚어지고, 양봉 산업은 앞으로 수년간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털과 목화 생산 급감으로 의류 산업도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호주에서 산불 피해를 당한 지역은 11만4000㎢에 이른다. 호주 전체 국토의 1.5%, 한국(약 10만㎢)보다 더 넓은 땅이다. 산불이 집중된 뉴사우스웨일스주(州)와 빅토리아주는 전체의 절반 정도가 불에 탔다. 호주에서도 농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큰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뉴사우스웨일스와 빅토리아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농장은 100곳에 달한다. 호주 유제품 생산회사 '데어리 오스트레일리아'가 운영하는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슬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 베가밸리에 있는 농장도 산불로 큰 손해를 입었으며, 직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은 농장도 정전과 도로 봉쇄 등으로 유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주 치즈 생산업체 '베가 치즈'는 지난 9일 우유 생산량이 약 90만ℓ 줄었으며, 추가로 100만ℓ가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3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나우라에서 마을을 덮치려는 산불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소방대원. /사진=AFP

육류 제품 생산량도 급감할 전망이다. 산불로 소나 양의 먹이가 되는 목초지가 대거 소실됐기 때문이다. 호주축산공사(MLA)는 산불 피해 지역에 약 8만개의 목초지가 위치한다고 했다. 이미 호주에서는 호주 전체 소의 9%가 심각하게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최대 20%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호주의 농업 전문 분석회사 메르카도는 이번 산불로 말미암은 축산농가 피해 규모가 소 45만마리, 양 170만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메리노울'(Merino Wool)로 유명한 호주산 양털 생산도 감소하고 있다. 호주에서 양털 생산이 가장 많은 지역이 산불 피해가 많은 뉴사우스웨일스와 빅토리아다. 호주 전체 양 사육의 13%가 이 지역에 몰렸으며, 산불로 큰 영향을 받았다. 추가로 17%가 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호주산 양털은 산불 이전 가뭄으로 이미 줄고 있었다"며 "2019~2020년 생산량이 1년 전보다 9.2% 줄어든 2억7200만㎏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사과와 딸기 등 과일과 여름철 주요 작물인 수수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포도밭 소실로 와인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면(綿) 생산이 줄면서 세계 면 가격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호주가 세계 5위의 면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벌집 수천 개가 불에 타면서 호주의 벌꿀 생산량은 앞으로 10년간 평균치를 30%가량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