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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노끈 없애니…마트 갈 때마다 플라스틱 장바구니 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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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하은 인턴기자
  • 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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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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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자율포장대 규제 시행…대여용 장바구니 회수율 낮아 환경개선 효과 반감 우려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본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물품을 담고 있다. /사진=유하은 인턴기자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본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물품을 담고 있다. /사진=유하은 인턴기자
"집에 이미 여러 개 있는데 오늘은 급하게 장을 보게 돼서 장바구니를 새로 샀어요. 자율 포장대에 테이프나 끈이 있었다면 박스를 이용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장바구니를 구입할 수밖에 없네요."

지난 11일 서울 지역 A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온 오모 씨의 말이다. 대형마트 3사와 환경부가 체결한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여 환경을 살리겠다는 취지였다.

대형마트 자율 포장대에서 박스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졌고, 마트들은 대안으로 장바구니를 빌려주거나 판매했다. 한 대형마트 직원은 "자율 포장대 규제 이후 박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수가 크게 줄었고, 장바구니 구매자수는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바구니 구매가 늘면서 자율 포장대 규제가 또 다른 환경파괴를 불러일으키는 것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마트에서 팔고 있는 장바구니는 대체로 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들어진다. 폴리에스터는 제조 과정에서 면에 비해 3배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고,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

장바구니를 한 두번만 쓰고 방치한다면 오히려 플라스틱 쓰레기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자율 포장대 규제로 기존 폐기물은 줄어들겠지만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 소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영국 환경청의 '수명 주기 평가' 연구에 따르면 비닐봉지와 비교할 때 면 재질 에코 백이 131번 재사용되어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 또 2018년 덴마크 환경식품부는 면 재질의 에코 백의 경우 7100 번, 유기농 면 재질 에코백은 2만 번 재사용해야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 자율 포장대 박스 비치대에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유하은 인턴기자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 자율 포장대 박스 비치대에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유하은 인턴기자



대여용 장바구니 회수율 20~30%로 저조…'다음에 또 쓰자'는 생각, 못 쫓아가는 손


지난 10~11일에 걸쳐 서울 시내 대형마트 3곳을 1시간씩 둘러본 결과 A 대형마트 이용객 134명 중 28명, B 대형마트 이용객 424명 중 147명, C 대형마트 이용객 123명 중 32명이 장바구니를 새로 대여하거나 구매했다. 전체 이용객 중 약 20~30%가 새로 장바구니를 구입한 셈이다. 물건을 나눠 담기 위해 장바구니를 여러 개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객이 대여해 간 장바구니가 얼마나 돌아오는지도 살펴봤다. 대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실상 판매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C 대형마트 이용객 이 씨는 "기왕에 보증금을 내고 구매했으니 (장바구니를) 가지고 있다가 다음에도 계속해서 쓰자는 생각으로 집에 놔둔 장바구니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는 판매 보증금 3000원을 내면 장바구니를 빌릴 수 있다. 대여 후 30일 이내에 반납하면 보증금 전액을 환불해 준다. 이마트는 반납 기간 제한 없이 보증금 500원에 장바구니를 빌려준다. 하지만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여용 장바구니 회수율은 20~30% 수준으로 저조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장바구니 대여·판매 시스템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미화 자연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장바구니를 계속 구매하게 되면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면서도 "어떤 정책이든 시행 초기에는 혼란과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고, 환경 보전을 위한 빠른 길은 단 하나, 인식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장바구니를 지참할 것을 촉진하는 캠페인을 벌이거나, 유명 인사가 직접 장바구니 휴대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부차적인 노력도 중요하다"며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 때처럼 '장바구니 붐'이 일어난다면 인식 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데 있어 집에서 놀고 있는 장바구니를 사용하도록 최대한 유도하는 게 좋다"며 "보증금을 받고 (장바구니를) 대여해 주더라도 수량을 한정해 놓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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