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장' 블룸버그 난타…"트럼프 이길 유일후보" 항변

19일 저녁 6~8시(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파리시어터에서 열린 '제9회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오른쪽)./사진=AFP

'불심검문, 성차별, 금권정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19일(현지시간)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9회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


이날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첫 등판한 블룸버그는 뉴욕시장 재임 당시 펼친 불심검문 정책, 직장내 성차별 발언, 금권정치 논란으로 날선 공격을 받았다.

2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회 전반에서 블룸버그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거나 일부 말을 더듬기도 했으나, 후반부부터는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후보들은 블룸버그 전 시장이 뉴욕시장 재임 당시 줄곧 불심검문(stop and frisk) 정책을 펼쳤다는 점을 맹공했다. 당시는 9·11 테러 직후여서 보안·검문이 강화되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주로 유색인종 위주로 신체 불심검문이 이뤄져 인권침해 요소가 컸다는 것. 지난해말 블룸버그 전 시장은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불심검문에 대해 "잘못됐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주자를 달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우리가 트럼프를 이기려면 많은 사람이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며 "블룸버그는 자신이 중도임을 강조하지만, 신체 불심검문 정책으로 흑인과 라티노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블룸버그의 신체 불심검문 정책으로 500만명의 흑인 청년이 고통받았다"고 공격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성차별 문제를 언급하면서 "뚱뚱한 몸집(fat broads), 말상의 레즈비언(horse-faced lesbian)이라고 성차별 발언을 한 것은 트럼프가 아니라 블룸버그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일순 불편한 기색을 비쳤지만 곧 "블룸버그 LP는 여성 직원에게 남성 직원과 똑같은 액수의 월급을 지급하고, 최근 한 조사에서 미국내 좋은 직장 2위에 꼽혔다"며 "그런 직장에 성차별 요소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1980~1990년대 블룸버그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 블룸버그 LP에 근무하던 여성직원들로부터 성희롱 소송을 여러 건 당했다고 전했다. 해당 여직원들은 "그가 회사 내에서 성차별 발언을 했고, 임신한 여성 직원들에게 "죽여버려(Kill it)"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19일 저녁 6~8시(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파리시어터에서 열린 '제9회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가 시작하기 전에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손을 들어보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사진=AFP

돈으로 대선후보 자격 샀다?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샌더스와 블룸버그는 양극단"이라며 "한 사람은 사회주의자이고 다른 사람은 자본주의자다. 한 사람은 당을 깨뜨리려 하고 다른 사람은 당을 돈으로 사려고 한다"고 두 후보 모두를 공격했다.

세계 8위 부호인 억만장자 블룸버그에게는 광고를 쏟아부어 일약 대선후보로 떠올랐다는 '금권정치' 의혹이 따라붙는다.

블룸버그는 대선 참여를 늦게 하는 바람에 민주당 예비선거 투표용지에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대의원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4차례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얻어 토론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소득신고(tax return)'로도 블룸버그는 공격을 받았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은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후보로서 재산과 소득세 신고를 명확하게 해야하고 알려야 한다. 우리 모두 공개했는데, 블룸버그만 소득신고 숫자가 없다"고 따져물었다. 또 "트럼프를 보면 더 이상 백악관에 억만장자는 필요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여러분은 2~3년간 대통령 후보 준비를 하셨지만 저는 이제 대선 후보를 준비한지 10주밖에 안됐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득신고액에 대해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블룸버그 "나는 트럼프 이길 유일한 유보"성차별 발언 등으로 맹공을 당했던 블룸버그 전 시장은 후반부에는 여유를 되찾았다. 그는 "샌더스로는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며 "샌더스의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 샌더스로는 트럼프에게 4년 임기를 더해줄 뿐이다"고 주장했다.

또 뉴욕시장 당시 9·11테러를 극복한 점 등을 들어 자신이 백악관 운영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와 샌더스의 '개인적인 공격'도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소득에 대해 열심히 일해 벌어들인 돈이므로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샌더스는 "직원들도 자기 일을 열심히 했던 것"이라고 했고, 블룸버그는 샌더스가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는 점을 들어 "나라가 자본주의를 버릴 셈이냐"고 되받았다.

블룸버그는 이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회주의자(샌더스)가 집 3채를 소유한 백만장자"라고 했다. 그러자 샌더스는 그의 거주지를 열거한 후 "당신이 집(home)이라고 부르는 곳은 어느 세금 회피처(tax haven)인가"라며 블룸버그의 세금 회피 의혹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