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트라우마' 홍콩, 의사 파업·시위로 정부 움직였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홍콩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 (현지시간) 홍콩을 맞댄 중국 국경이 폐쇄되기 직전에 로우 전철역에서 보이는 중국 선전 시가지의 모습이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콩은 중국과 접경지역을 여러 곳에 두고 있으며, 중국의 특별행정자치구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수는 현재까지 81명에 불과하다. 비결이 뭘까.

답은 △중국 본토와 접경지역 봉쇄 △이동제한 정책이다.

의료계 파업, 시민들 사제폭탄 던지며 전면 국경통제 주장

원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 중국과 접경지역 전면 봉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가 이달 2일 중국내 사망자 361명을 기록하면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망자수를 넘어서자 홍콩 시민들은 본격 움직였다. 의료계는 파업에 돌입했고 시민들은 관공서에 화염병을 투척했다.

여기에는 '사스 트라우마'가 있다. 홍콩에서는 2003년 중국에서 전파된 사스로 1755명이 감염되고 299명이 숨졌다.

홍콩 의사·간호사 2400여명은 3일 "중국과 통행을 전면 중단하라"며 파업을 벌였다.

의료계는 '전염병 창궐 예상시'에는 △강력한 입경제한(border closure) △이동의 제한(standstill)으로 대처한다는 예방의학의 기본 원칙을 배운 전문가들이다. 정부가 전문가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자 파업 카드를 꺼낸 것.

(홍콩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 (현지시간) 홍콩 의료인들이 퀸 메리 병원 부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접경지역을 봉쇄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민들은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것을 주장하면서 사제폭탄을 터뜨리거나 경찰서에 화염병을 투척했다.

2일 중국 선전시와 가까운 로우 전철역 내 차량에서 2개의 사제폭탄이 발견됐다. 폭탄 한 개에 불이 붙었지만 곧바로 진화됐고, 다른 한 개는 출동한 경찰이 해체했다. 홍콩대 호팍렁 교수는 "접경지역을 전면 봉쇄하는 것만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3일 홍콩 정부는 중국에서 홍콩으로 들어가는 주요 관문인 로후, 록마차우, 황강 출입관리소, 홍콩·마카오 페리 터미널을 4일 0시부터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홍콩국제공항과 주강아오 대교, 선전베이 출입관리소는 계속 열어 놓기로 했다. 홍콩 의료계는 "중국과의 국경을 완전 차단하라"고 하며 추가 파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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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망자 나오자 전체 본토인 대상 입경 통제

지난 4일 홍콩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 람 행정장관은 중국 본토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입경 통제를 발표했다.

중국을 방문했던 여행객과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2주간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이다.

홍콩은 이처럼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입경제한 정책을 쓰지만,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은 한다. 중국 중앙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홍콩과 이웃한 중국 선전 정부가 홍콩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돕기 위해 마스크 100만 개를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력한 이동 제한…학교 거의 두달 세운다

홍콩은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휴교령을 계속 연장중이다. '이동의 제한' 원칙에 따른 것이다.

SCMP에 따르면, 홍콩은 휴교 조치를 오는 4월 19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춘제 연휴 이후 초·중·고등학교 수업 재개를 다음 달 16일로 늦췄으나, 이번에 다시 휴교령을 추가로 연장하기로 한 것. 이밖에 공무원과 회사원들도 재택근무를 실시중이다.

현재 홍콩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1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했다.

홍콩 보건 당국에 따르면 55세 여성과 그의 아들인 24세 남성이 25일 코로나19 검사에서 1차 양성 판정을 받아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홍콩 내 확진자는 총 8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