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대본 포렌식은 지원하고 영장은 기각, 왜?

(과천=뉴스1) 이동해 기자 = 5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소재 신천지예수교회 본부 입구에서 민관 합동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신천지 교회본부에 대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행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행정조사의 내용은 신도 및 교육생의 인적사항 명단, 예배별 출석 기록, 모든 신천지 시설의 주소 정보 등이다. 행정조사에는 중대본, 경찰 관계자를 비롯해 대검찰청 포렌식팀도 투입됐다. 2020.3.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막기 위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인 명단 확보를 위한 검찰의 강제수사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방역당국의 신천지본부 행정조사에 기술적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대구경찰서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에 대해선 기각을 결정하는 등 수사당국이 직접 강제수사에 나서는 방식에 대해선 그 시기와 방식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 측은 "방역당국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실효적인 방법으로 수사지원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며 "방역 범죄에 대해서 필요하다면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가 필요하겠지만 '방역의 판'을 깨는 별건의 수사에 검찰의 강제수사가 동원되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란 입장이다.


중대본 합법적 자료 확보 지원…"방역 지원 수사체계"
대검찰청은 5일 오전 11시쯤부터 진행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과천 신천지 교회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에 대검 포렌식팀 요원과 장비를 지원해 기술적 지원을 실시했다. 중대본은 신천지 측에서 제출한 신도 등 명단에 대한 자료 신뢰성 검증을 위해 예배별 출석 기록 등 추가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2일 대검에 "각 지자체와 언론 등에서 신도 명단 누락 가능성을 지속 제기하고 있으므로 신천지 측이 제공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며 수사협조를 구했다.

대검은 방역당국이 행정조사를 통해 자료제출 요구권을 발동한 후 신천지 측이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위반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수사 기관의 강제 수사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중대본 측에 전달하고 우선 이날 행정조사 지원에 나섰다.

대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가장 실효적인 자료 확보 방안인 중대본의 행정조사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대검은 중앙 방역 당국과, 각 지검은 지방 방역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고 방역 당국의 방역을 도와주는 수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천지 대구교회의 교인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 대구경찰서가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선 두 차례에 걸쳐 받아들이지 않아 강제수사에 선을 긋은 모습을 보였다. 대구지검은 전날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3일 재신청한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2일 한차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한 바 있다. 교인 명단을 누락해 제출하거나 관련 사실을 숨긴 행위들이 역학조사와 방역활동을 방해한 고의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재 상황에서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이 방역당국의 명단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검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압수수색은 증거확보를 위한 것으로 그 획득물이 법적 근거 없이 외부로 유출되면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행정조사에 검찰 포렌직팀이 지원했으니 사실상 신도 명단 압수수색 효과는 달성된 것"이라며 "중대본이 합법적으로 명단을 확보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신천지 현장점검반. /사진=김지훈 기자

방역범죄 우선…'별건수사' 등 마녀사냥 변질 우려
검찰 내부에선 신천지 관련 수사의 우선 순위에 대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은 방역 범죄와 관련된 수사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횡령·배임 등 개인 비리와 교단 안팎의 이해관계에 얽힌 수사에 대해 검찰의 강제수사를 요구하는 주장에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서다.

특히 방역당국의 필요성에 따라 확보된 신천지 신도 명단이 횡령·배임 등 다른 범죄와 관련된 수사에 이용될 경우 별건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형사 사건의 압수물은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신천지 명단 확보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정치 쟁점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검찰의 강제수사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은 신천지와 야당을 엮어 정치 공세를 펼치려 한다고 주장하며 여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압수수색 요구 내지 지시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에서 사건을 배당받아 고발인과 참고인 조사를 통해 신천지 관련 고발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천지 조직 구성과 신도 명단 불일치 사례 등을 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보다는 방역 범죄와 관련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자료 확보 등 여건이 갖춰지면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방역당국의 행정을 지원하는 수사 체계를 유지한다는 기조는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신천지와 관련해 횡령 배임 혐의를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드높아지고 있고 언젠가는 해야할 수사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하느냐의 문제"라며 "그 문제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해 코로나19의 방역을 방해하는 수사가 된다면 검찰 수사가 일종의 '마녀사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