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 쪽잠'에도..권영진의 '3·28 코로나 종식'. 왜 실패했나

권영진 대구시장이 26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273회 임시회 본회의를 마치고 퇴장하던 도중 이진련 의원의 질타를 듣다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권영진 대구시장은 코로나19 사태 후 35일째 시장실에서 쪽잠을 청했다. 시에 따르면 권 시장은 "하루 2시간 정도 쪽잠을 자며" 방역 대책을 열정적으로 지휘했다.

그러나 사태 초기 신천지, 이제는 정신병원·요양병원 등 취약시설로 '집단감염'이 이어지며 대구시는 여전히 국내 코로나19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의 수고로움과 별개로 권 시장의 35일을 두고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시장의 실책, 그 결정적 지점은 어디일까.
'신천지' 숨긴 보건소 팀장…권 시장 "문제삼기 어려워"2월 24일 브리핑에서 권 시장은 "서구보건소 감염예방팀장 A씨가 신천지 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씨는 20일 대구시가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받은 신천지 대구교회 명단에서 A씨를 확인하고 자가격리를 권고하자, 21일 오후 신천지 교인임을 고백했다. 이어 22일 검사,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권 시장은 "그분이 해당 직무를 맡고 있었던 것은 결과이고, 앞서 그분이 신천지 신도였을 뿐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지금까지 검사를 받지 않고 숨어 있었다면 종교도, 확진 여부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A씨의 고백은 대구시 브리핑대로 질본 입수 명단에 포함된 후였고, '슈퍼 전파자'로 불린 31번 확진자가 나온 뒤 사흘이지나서였다. 그 결과 A씨의 보건소 동료 직원 50명이 자가격리됐고, 4명은 추가 감염됐다. 대구 서구의 방역 공백도 불가피했다. 권 시장의 과도한 '신천지 감싸기' 논란이 불붙은 대목이다.
이재명 '급습'하는데…대구시 "협조요청"

신천지 대구교회/사진제공=뉴스1

대구시의 신천지 관련 대응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다. 사태 초기 신천지 교회의 '협조'에 지나치게 기대면서 효과적인 방역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31번 확진자 발생 이틀 후인 2월 20일 31번 확진자와 함께 예배한 신도와 유증상자 등 약 1200명을 검사했지만, 26일 조사 대상을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9000여 명으로 확대했다. 권 시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미 신천지 교인 명단을 다 확보했다", "미온적이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대구시가 확보한 명단은 신천지가 정부 등에 제출한 명단과 차이가 컸고, 미성년 등 교육생 명단도 빠져 있었다. 특히 권 시장의 경기도와 자주 비교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5일 신천지 과천본부를, 3월 2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본거지 경기도 가평 평화연수원을 급습했다.

달서구 한마음아파트 코호트 격리 역시 논란이다. 2월 19일 첫 확진자가 나왔고, 24일에는 13명, 이후에도 계속 추가돼 총 46명까지 확진자가 불어났다. 그러나 대구시의 첫 역학조사와 코호트 격리는 3월 4일이었다. 또 7일 언론에 보도된 후에야 코호트 격리 사실을 공개했다. 아파트가 신천지 교인 집단거주지로 알려지며 대구시의 코호트 미공개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꼬리를 물었다.
신천지 불 껐더니 요양병원·정신병원…계속되는 집단감염3월 중순부터는 대구시 집단감염의 불이 신천지에서 요양병원·정신병원 등으로 옮겨 붙었다. 31일 하루 동안에만 대구시 감염자는 60명이었는데, 제2미주병원 55명, 대실요양병원 3명, 김신요양병원 1명 등 절대 다수가 요양·정신병원에 몰렸다.

이는 대구시가 최근 집단감염 취약지인 요양병원·정신병원을 차례로 전수조사한 데 따른 결과다. '드러나야 할 확진자가 나온' 만큼 수습에 급급했던 신천지 사태보다는 나은 결과라는 평가다.

30일 오후 대구 달성군 다사읍 대실요양병원 건물 입구에서 119구급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병원 관계자와 이야기 나누고 있다. 대실요양병원과 제2미주병원 두 곳이 함께 사용하는 이 건물에서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사진제공=뉴스1

하지만 여전히 '한발 늦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대구시가 환자와 간병인 등 종사자들보다 직원들을 우선 선별조사 하면서, 이 과정에서 환자 간 감염이 방치됐다는 비판이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뉴스1에 "역학조사팀과 검사팀을 운영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이라며 "당시 제2미주병원 환자와 종사자까지 전수조사를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격해진' 권 시장 "덤벼라"…'늑장지원' 논란도장시간 어려움이 계속되자 권 시장도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3월 1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면이 초가다. 마음껏 덤벼라"라면서 대구시에 대한 비판 여론과 자신과 신천지의 연루 의혹 등에 대한 불쾌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권 시장은 긴급생계자금 지급 문제를 두고 대구시의회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야당 시의원들은 지난달 25일과 26일 연이틀 "왜 긴급 생계자금을 왜 빨리 지원하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권 시장은 '선거사무 업무'를 이유로 총선 이후를 지급 시점으로 잡았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지역민들로선 권 시장의 방침을 총선을 의식한 '늑장지급'으로 의심하고 있다.

권 시장이 제안한 '코로나19 종식 3·28 대구운동'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대구 발생 환자를 한 자릿수까지 줄이겠다"는 당초 목표는 실패했다. 권 시장이 강조했던 '종식'도 갈 길이 멀다. 권 시장은 26일 실신해 병원에 입원한 뒤 현재까지 자리를 비우고 있다. 채홍호 행정부시장은 31일 브리핑에서 "권 시장은 혈압 등이 정상이지만 피로 누적에 따른 두통과 흉통(가슴통증)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