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릴수록 손해라던데…'매출 7조' 쿠팡, 어떻게 적자 줄였나

쿠팡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함과 동시에 1조원이 넘던 영업적자폭도 4074억원 가량 줄였다. 올해 적자폭이 1조원 후반대로 확대될 것이란 업계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적자를 줄였나

/사진제공=쿠팡

쿠팡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7조 1530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64.2% 증가했다. 영업 손실은 7205억원으로 전년 1조 1279억원까지 불어난 적자폭을 36.1% 가량 대폭 줄였다. 같은기간 당기순손실도 1조1446억원에서 7232억원으로 줄었다. 2018년 24.8%였던 영업손실률은 10.1%로 14.7%p 개선됐다.

e커머스 업계에선 쿠팡이 올해 매출액 7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함과 동시에 적자폭도 최대폭으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쿠팡은 장사가 잘될수록 적자가 커진다는 게 업계 주된 평가였다.


하지만 지난해 쿠팡의 '계획된 적자' 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쿠팡은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와우배송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 점 △가전과 신선식품 등 주요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한 점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난 점이 매출을 늘어나게 함과 동시에 손실폭도 줄일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구매단가, 재구매율이 올라갔고 이와 동시에 물류 효율이 개선됐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투자한 물류, 인건(기술 등) 등 인프라 투자가 자리잡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린 것이다. 2014년 27개였던 전국 로켓배송센터는 지난해 6배 늘어난 168개로 확대됐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배송 확대에 따라 매출액은 빠르게 늘었던 반면 고정비는 커버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몸집 더 커진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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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2020.3.16/뉴스1

일각에선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세는 이루지 못했고 비용투자가 크다는 측면에서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전히 쿠팡의 인건비 지출, 마케팅 비용 등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인건비로 1조4246억원을 썼고, 광고비도 전년(1512억원)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2933억원을 투자했다.

쿠팡이 적자를 감수하며 외형을 키우는 위메프(지난해 영업손실 757억원), 마켓컬리(영업손실 975억원) 등과 아직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얘기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매출 성장률이 전년도(62.2%)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는 등 매출 증가 속도가 예상만큼 빠르진 않다"며 "여전히 배송에 많은 부분을 투자하는 등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주요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 투자 손실폭이 커지면서 쿠팡 엑싯(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유 애널리스트는 "설사 손정의 회장이 일부 지분 정리를 한다해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상장 혹은 다른곳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는 것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올해 코로나19(COVID-19) 확대로 홈코노미가 확산되면 쿠팡 실적은 다시 한 번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 결제금액은 1월 1조4400억원에서 2월 1조6300억원까지 증가했다.

쿠팡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시장 공략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앞으로도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새벽 배송을 넘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가'라고 묻는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