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하위 70%만 받는 재난지원금, 국회서 100%로 바뀌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추경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여당의 총선 승리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전체 가구에 지급하는 방향으로 국회 논의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탈(脫)원전·탈석탄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6일 임시국무회의에서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원포인트' 추경이다.


중앙정부는 추경으로 7조6000억원을 마련한다. 여기에 지자체가 2조1000억원을 추가 부담해 총 9조7000억원을 투입, 소득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4인이상 가구 100만원을 기준으로 1인가구 40만원, 2인가구 60만원, 3인가구 80만원을 지급한다.

고액자산가는 소득하위 70% 기준에 충족해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가구원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금액이 9억원을 넘거나, 금융종합소득세 부과 기준이 되는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 이상인 가구 등이다. 정부는 '컷오프' 대상을 12만5000가구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자가격리 수칙 위반자와 위반자 가족도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재난지원금은 현금 대신 지자체가 활용 중인 전자화폐, 지역상품권 등으로 지급한다. 현금보다 집행이 빠르고, 소비 진작에도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소요재원 7조6000억원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지출조정(6조4000억원), 기금재원 활용(1조2000억원)으로 조달한다. 코로나19로 집행이 어려워진 사업, 입찰·계약이 늦어지는 사업의 비용을 감액, 재난지원금으로 투입한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외국환평형기금 지출을 2조8000억원 줄인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주택도시기금 등 재원도 총 1조2000억원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4.15 총선 서울 종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인근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2020.4.16/뉴스1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원 대상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단 70% 대상으로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총선 기간 전국민 지급을 말했고 야당도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며 “여야 입장이 일치하는 만큼 원만히 논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필요하다면 추가 지출조정, 국채 발행 등 여러 방안을 감안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총선 기간 동안 전체 가구에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추경안을 착실히 심의해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야당 역시 100% 지급에 공감해왔으며, 청와대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겠다”고 여지를 남긴 만큼 국회가 증액을 요청하면 정부가 거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정세균 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7조6천억원 규모의 2020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2020.4.16/뉴스1

에너지전환 정책은 그간 추진한 정책의 큰 틀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 공약으로 “석탄발전을 보다 과감하게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제시했다. 직접적 탈원전 관련 공약은 없었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을 차질없이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당선자(경기 의왕·과천)와 더불어시민당 양원영 당선자(비례대표)는 등은 원자력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대표 인사들이다.

다만 경남 등에서 여당의 총선 성적이 좋지 않아 강력한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경남은 탈원전 정책으로 위기를 맞은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가 밀집한 곳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지역에서 경제·고용 타격을 실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남 창원 성산에서 승리한 강기윤 미래통합당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창원경제를 붕괴시키고 있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드시 폐기해 창원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