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쇼핑 못참아"…폭탄세일날, 전쟁터 된 백화점

서울 강남구 잠원동 소재 강남 뉴코아에는 22일 16주년 기념 세일 페스티발로 평일인데도 수많은 시민들이 방문했다/사진=오정은 기자

22일 NC백화점 강서점은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했다. 오전 9시 개점 전부터 주차장과 백화점 입구에는 마스크 쓴 사람들이 줄을 섰다. 매장으로 들어가는 에스칼레이터도 인파로 가득 찼다. 정문에는 NC백화점에서 이날 2000원에 특별 판매하는 선착순 1000명 한정 '럭키박스'를 사기 위한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NC백화점 강서점은 '9주년 감사절'이라는 명목으로 이날 특별히 개점 시간을 1시간 앞당겨 9시에 조기 오픈했다. 폐점 시간도 1시간 늦춰 저녁 10시에 마감했다.


9시 개점 전부터 NC백화점 주차장 입구에는 주차 대란이 일었다. 주차를 힘들게 마치고 나면 럭키박스 줄을 섰다. 럭키박스를 구매한 마포구 주민 김모씨는 "5000원 상품권에 당첨됐다"며 "식품관에서 바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급감하자 NC백화점, 뉴코아 백화점, 대형마트 킴스클럽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이 대규모 세일을 준비했다.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심리가 '보복적 소비'로 나타날 시점을 예상해 최대 90%에 달하는 할인율과 '럭키박스'라는 미끼상품으로 집객을 유도한 것이다.

이날 NC강서점에서 1000개 한정판매로 내놓은 럭키박스의 당첨상품으로는 LG공기청정기, 이랜드 상품권 30만원, 에어프라이어 등이 제시됐다. 물론 럭키박스 당첨자의 대부분은 5000원 상품권이나 킨더조이 초콜릿 2개를 받았다.

강남 뉴코아 지하1층 킴스클럽의 계산대 앞에서 카트를 미는 시민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오정은 기자

백화점 집객의 핵심역할을 하는 킴스클럽 식품관에서는 꽃게가 100g에 990원에 나와 오전부터 물량이 동났다. 찜갈비도 100g에 1690원에 불과해, 불티나게 팔렸다. 카트를 가득 채운 시민들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서 계산대 앞에 카트 주차장이 형성됐다.

전단지를 보고 NC백화점을 찾은 강서구 주민 오모씨(39)는 "코로나19도 어느 정도 소강상태인 것 같고 럭키박스도 사고 싶어 왔다"며 "마스크를 쓰고 있긴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될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랜드 리테일이 운영하는 서울 잠원동 소재 강남 뉴코아도 축제 분위기였다. 강남 뉴코아는 '강남점 16주년 기념 역대 최대 규모 페스티발'을 명목으로 22일부터 28일까지 대규모 세일에 돌입했다. 강남 뉴코아 전층 200개 브랜드가 역대급 최대 브랜드데이를 실시하고 최대 90% 할인을 실시했다.

이날 강남 뉴코아 지하1층 킴스클럽 식품관에서 야심하게 준비한 찜갈비는 금세 동났다. 킴스클럽 입구에서는 직원들이 고객들이 맡긴 30여개 카트를 지키고 있었고 계산대에는 식품을 가득 실은 카트의 줄이 장관을 이뤘다.

여성복 매장 1층에 위치한 폴바셋과 3층의 더카페도 모처럼 옷 쇼핑을 나온 인파로 북적였다. 곳곳에 '폭탄 세일' 피켓을 내건 매대에서 가방, 신발, 주얼리 등을 저렴하게 판매했고 매대마다 인파가 우르르 몰려 문전성시였다. 가격대도 3000원~5000원에 불과한 초저가 상품이 많았다.

강남 뉴코아 매대에서 행사 상품을 판매하자 몰려든 시민들/사진=오정은 기자

마스크 쓴 고객들이 백화점을 누비는 동안 매장에서는 "코로나19로 전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며 매장에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다"는 방송이 수시로 울려 퍼졌다.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과 같은 백화점 빅3와 달리 아울렛과 백화점, 마트(킴스클럽)가 결합된 형태의 NC백화점은 구매단가가 낮은 상품들로 구성돼 불경기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 리테일은 이번 세일 행사를 NC백화점 홈페이지에는 공지하지 않고 전단·문자이나 매장 홍보를 통해서만 알렸다.

이랜드리테일이 선제적 세일로 소비심리 장악에 나선 가운데 '보복적 소비'에 맞춰 타 유통업체들도 세일에 돌입하며 '포스트 코로나' 매출 증대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 아울렛·할인점을 운영하는 모다아울렛도 이날부터 '사랑과 감사의 세일'을 시작하며 '보복적 소비심리' 잡기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