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백화점에 '8000억 면세 명품' 푼다, 실제 가격은

(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7년만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힌바 있다. 2020.4.29/뉴스1

관세청이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면세업계를 위해 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은 면세점에서 풀린 향수·화장품, 패션·잡화 등을 아웃렛·백화점 등에서 살 수 있게 된다. 다만 수입통관 절차, 가격·판매처 협상 과정 등을 고려하면 빨라도 5월 말은 돼야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면세점 매출 ‘반토막’...일반 유통망에 푼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내 롯데면세점.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관세청은 6개월 이상 장기재고 면세품에 한해 수입통관을 거쳐 국내 판매를 허용한다고 29일 밝혔다. 그간 관세청은 면세점 재고물품 처리를 엄격히 제한해 폐기와 공급자 대상 반품만 허용해왔다. 그러나 3월 기준 입출국 여행객이 작년 대비 93% 줄어드는 등 면세점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은 점을 고려, 업계 건의를 수용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3월 국내 면세점 방문객 수는 58만7879명으로 1년 전(412만6441명)의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달 면세점 매출액은 1조873억원으로 작년(2조1656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중국 보따리상(따이공) 일부가 4월 이후 출국 제한이 더 심해질 것을 우려, 활동을 이어가면서 매출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면세업계는 관세청에 면세품 국내 판매 허용을 건의했다. 특히 패션·잡화는 유행 시기가 지나면 ‘악성 재고’가 된다는 점을 들어 지원을 호소했고, 관세청이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관세청은 이번 조치로 6개월 이상 장기재고의 20%를 소진하면 면세업계가 약 1600억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달리 말하면 면세점이 갖고 있는 장기재고가 8000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빨라도 5월 말 전망...문제는 ‘가격’

(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7년만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힌바 있다. 2020.4.29/뉴스1

이번 결정으로 이른바 ‘명품백’ 등 패션·잡화, 화장품, 향수 등이 시중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가 유행에 민감한 상품 처리에 어려움을 호소해온 점을 고려하면 패션·잡화 판매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기준 면세점 품목별 매출은 향수·화장품이 38%로 가장 높고 주류·담배(28%), 패션·잡화(22%)가 뒤를 잇는다.

문제는 가격이다. 관세청은 “국내 판매될 면세점 재고품은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되기 때문에 면세된 가격이 아니다”며 “판매가격은 재고기간 등을 고려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입통관 절차를 거치면 관세·부가세 등 세금이 붙고, 그만큼 가격이 올라간다. 다만 6개월 이상 재고상품인 점,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과 경쟁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면세업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기대된다.


면세점 재고품은 아웃렛·백화점 등에서 판매된다. 다만 신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백화점보다는 아웃렛에 더 많은 물량이 배정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소비자가 실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빨라야 5월말로 예상했다.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다, 가격·판매처 등 세부 사안을 두고 업체 간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화장품은 식약처 허가도 받아야 한다"며 "판매 가격과 시기는 업계가 자율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