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맨날 술이야"…술독에 빠진 사람들

'코로나19'로 전 세계 사람들이 자·타의적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술을 찾고 있다. 글로벌 분석기업 닐슨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 술 판매량이 전년비 29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알콜 의존증을 부른다고 봤다. 문제는 과음의 부작용이다. 과음은 신체 면역력을 떨어트리고 폭력성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5일(현지시간) 인도 구르가온 지역에서 한 시민이 술을 박스 채 구매해가고 있다/사진=AFP

집에 갇히자 '집술' 늘어BBC, 미국 유타주 조사에 따르면 3월 영국 내 주류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2%, 미국은 55% 급증했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바깥 활동이 줄고 술집들이 폐쇄됐음에도 주류 소비는 오히려 는 것이다. 닐슨에 따르면 슈퍼마켓과 온라인 주문을 통한 주류 판매가 늘었다.

제도적으로 주류 판매가 쉽지 않은 인도에서도 주류 판매량이 폭증했다. 이달 초 비감염지역에 대한 봉쇄가 완화되자 주류 판매점 앞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인도는 술을 온라인 주문·배달할 수 없게 규제한다. 최근 코로나19 '셧다운' 조치로 주류 판매점마저 문 닫자 불법 주조된 술이 암거래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봉쇄 기간 알코올로 인한 사회혼란을 막고자 아예 5주간 '금주령'을 내렸다. 그러자 불법판매가 횡행했다. 암거래되는 술값은 기존의 2~3배로 뛰었다. 남아공은 음주 가능 인구의 60%가 폭음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선 불량 밀주로 인해 사람들이 사망했다. 봉쇄로 주류 공장이 문 닫아 공급이 부족해지자 밀주를 만든 건데, 인체에 해로운 메탄올이 들어간 술을 마시고 2주간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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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부추기는 '코로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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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세계보건기구(WHO)는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정신적 고통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죽음과 질병, 봉쇄 등으로 인한 우울증, 이른바 '코로나 블루' 위험성을 짚은 것이다. WHO는 "죽음과 질병의 공포, 경제적 혼란과 격리는 심리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져 각국 정부가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주류 소비량이 급증한 요인 중 하나로 바로 이 '코로나 블루'를 꼽을 수 있다. 영국의 알코올중독 지원단체 '알코올체인지'는 알콜 의존 취약층이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왕립 정신의학센터는 "코로나19 혼란 속에서 음주는 정신 건강에 더 큰 해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일랜드 언론 아이리쉬뉴스의 조사 결과 아일랜드인 5명 중 1명은 격리 이전보다 술을 더 자주 마신다고 답했다. 매체는 "술을 스트레스나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여길수록 불안에서 빠져나오기 더 힘들어진다"면서 "화상통화 등을 통해 친구들과 더 자주 연락하거나 정 안되면 무알콜 음료로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과음, 면역력 저하·가정폭력 주범

/사진=로이터

과음은 신체를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 알코올지역센터 지아니 테티노 교수는 BBC에 "알코올은 특히 호흡기로의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을 높인다"면서 "음주자들은 폐를 통한 질병 감염이 쉽다"고 경고했다.

과음과 자택격리 상황이 맞물리며 '가정폭력' 범죄도 늘었다. 러시아에서는 외출 자제령 속에서 술에 취한 남편이 아내와 자식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가 급증해 일부 지방정부가 금주령을 발동했다. BBC는 "제한된 공간에서 술에 취한 이와 있어야 하는 상황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면서 가정폭력 방지와 피해 지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UN)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가정폭력이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에선 봉쇄 첫 2주간 가정폭력이 30% 증가했고 영국에서도 25% 급증했다. 중국에서도 가정폭력 신고 건이 봉쇄 이전 대비 3배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