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면세품' 언제 살 수 있을까…홈쇼핑도 판매 거절

지난 3월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에 휴점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 19' 사태로 재고 면세품의 국내 판매가 한시 허용된 가운데, 가장 유력한 공급 채널로 꼽혀왔던 홈쇼핑이 사실상 유통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화점·아울렛도 현실적인 제약들로 인해 재고 면세품의 판매가 쉽지 않아, e커머스를 통한 공급이 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주요 면세점들이 장기 재고 면세품 판매와 관련해 홈쇼핑 업체들과 협의를 가졌지만, 대다수 홈쇼핑들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일부 홈쇼핑 업체 실무진들은 이미 자사 경영진에 "면세점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최종 결론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지난달 29일 코로나 19의 세계적 유행(팬데믹)으로 하늘 길이 막혀 면세점 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이자, 이례적으로 재고 면세품에 한해 국내 판매를 일시 허용했다.

국내 면세점 업계가 물류 창고에 쌓아둔 3조원 안팎 규모의 재고 물품 중 6개월 이상 안 팔린 장기 재고품에 한해서다. 재고품은 일반적인 수입품과 똑같이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국내 일반 유통 채널에 풀릴 예정이다. 판매 기한은 10월29일까지 6개월이다.


면세점 입장에선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한번에 팔아버리면 편하지만, 해외 명품 브랜드 본사들과의 개별 협의도 필요하고 매입 채널이 충돌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특히 신라면세점의 경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과 달리 그룹 내 계열 백화점·아울렛 유통 채널이 없다.

때문에 홈쇼핑이 유력한 면세품 판매 채널로 꼽혀왔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면세점 측에서 위탁 판매가 아닌 직매입을 원하는 데 현실적으로 떠안기 쉽지 않다"며 "방송 판매는 소품종 다량 제품일 때 유리한데, 이번 재고 면세품들이 수만개 다품종에 소량(10개 미만) 제품들이어서 적합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이 대체적으로 '면세가'에 가까운 수준에 판매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홈쇼핑에 들어갈 경우 세금이 붙어 가격이 오르면서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괴리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김포공항 내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이 휴점에 돌입한 지난 3월 12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내 롯데면세점의 셔터 문이 내려가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때문에 대안으로 백화점 편집숍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판매처로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롯데면세점 제품의 경우 신규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ON(롯데온) 등에서 공급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간유통사 입장에선 판매 기한이 10월 말까지로 짧은 것도 부담"이라며 "그룹 최고위 경영진의 계열사간 조율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정말 빨라야 6월 중하순 이후 일반 판매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