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아파도 안 쉬었다" 지적에…"쉬면 월급은? 공무원이냐"

경기도 부천시 소재 쿠팡 물류센터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28일 부천오정물류단지 내 쿠팡 신선센터. /사진 = 뉴스 1

쿠팡 부천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70명에 육박한 가운데 방역당국은 물류센터 직원들이 "'아프면 쉬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직장인이 어떻게 마음대로 쉬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회의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직장 등 감염경로가 다각화되고 있으며, 부천 물류센터와 관련해 오늘까지 6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박 1차장은 집단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생활 방역수칙의 준수가 필요하다며 "(이 물류센터가) 직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았거나 '아프면 쉬기' 등 직장 내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 차장의 이같은 지적에 일각에서는 방역당국이 직장 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역을 위해서는 아프면 쉬는 것이 당연하지만 직장에서는 갑자기 쉬겠다고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생계 때문에 투잡, 쓰리잡을 하는 초단기 근로자들이다. 아파도 먹고 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중대본이 지난 4월 실시한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방역수칙 중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가 가장 실천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54%에 달했다. 사람들이 중대본에 가장 많이 문의한 질문도 '쉴 수 없는 상황에서의 대응방법'이었다.

'유급 병가'(월급을 받으며 쉬는 것)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 119'의 지난달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급으로 쉬어야 한다면 쉬기 힘들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55.1%로 과반이 넘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회사가 유급병가를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불법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병가를 무급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개인 연차에서 먼저 차감하는 회사도 많다.

한 누리꾼은 "당국이 직장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당장 벌이가 필요한데 아프면 쉬는 게 가능한가"라는 댓글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은 "쉬면 누가 월급 주나. 공무원도 아닌데"라고 꼬집었다. 이 댓글은 모두 수천 건의 추천을 받았다.

때문에 유급 병가와 관련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프면 쉬기'가 매우 효과적인 방역 수단 중 하나인 것을 감안하면 수칙 준수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유급병가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아프면 집에서 쉬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는 아파도 쉴 수 없다"며 "유급병가 법제화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