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동산 중도금 받은 뒤 이중매매는 배임죄" 재확인

© News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뒤 매수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판 것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2018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는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84)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송씨는 2015년 9월 A사에 서울 동대문구 일대 토지를 52억원에 파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52억원 중 10억원은 A사가 송씨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42억원은 A사가 이 토지에 설정된 은행 근저당권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송씨는 A사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일부 명목으로 8억여원을 받고, A사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해줬다.


그런데 이후 송씨는 2016년 3월 A사가 아닌 B씨에게 이 땅을 팔았고, 같은해 4월 B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넘겨줬다.

검찰은 "송씨는 A사에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해줘야할 의무가 있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토지를 매도해 토지 매매대금 52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하고, A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배임 혐의로 송씨를 기소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기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를 해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1심은 송씨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토지의 실제 교환가치가 5억원 이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특정경제범죄법이 아닌 형법상 배임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송씨가 A사 명의로 가등기를 해줬기 때문에, 송씨의 이중매매에도 불구하고 A사는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중매매로부터 매수인을 보호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면,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매도인 자기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면서 1심을 파기하고 송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8년 5월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송씨의 배임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송씨가 A사에 가등기를 마쳐줬다고 하더라도 A사로부터 중도금 및 잔금 중 일부까지 지급받은 이상 A사의 재산보전에 협력해야할 신임관계에 있다"면서 "송씨는 A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송씨가 A사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2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