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버는데 나만 못벌었어"…'패닉 바잉' 시작되나

"상승장 속에서 나만 뒤쳐지는 것은 아닐까"

대규모 유동성과 경기부양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최근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 주식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심리에 주식을 경쟁적으로 매수하는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3월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인해 극단적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면서 코스피 1500선 붕괴를 불렀던 '패닉 셀링'(Panic Selling)의 정반대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3월 이후 코스닥 75% 상승...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상승세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저점을 찍은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19일 이후 이달 5일(종가 기준)까지 코스피는 49.7%, 코스닥은 74.9% 각각 상승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다른 주요 국가들의 증시를 압도한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의 다우지수는 35.0%, 나스닥은 37.2% 각각 상승했다. 이 기간 중 일본 니케이지수는 38.1% 상승했고, 독일 DAX지수는 49.2% 올랐다.



주가가 쑥쑥 오르면서,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운용해 온 투자자들은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시장이 폭락할 때보다, 시장이 상승하는데 '핫'한 종목들을 포트폴리오에 담아두지 않고 주가가 오르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할 때가 심적으로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

한 증권사 PB팀장은 "언제 주식을 사야 할 지를 묻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며 "현재 주가수준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 조정을) 기다리다 놓친 종목들이 많아 고민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계속 간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시장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으로의 막대한 유동성 유입은 단기 '패닉 바잉'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시장 방향성에 대한 예측보다는 시장이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람은 현재의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을 전제로 예측하는데, 이는 시장 대응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향후 이슈로 떠오를 만한 것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사고의 방향을 읽는 것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2분기 주식시장 상승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고, 유동성 효과가 연내 위축될 가능성이 낮다"며 "글로벌 주식시장은 길게는 2021년 상반기, 적어도 2020년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공매도 금지 아직 3개월 남아..."코스피 9% 부양효과"공매도 금지 조치의 효력이 아직 3개월 가량 남았다는 점도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증시 안정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3월16일부터 6개월간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사례로 볼 때 공매도 금지의 코스피 부양 효과는 9% 수준"며 "현재 코스피는 공매도가 허용됐다면 2000포인트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공매도가 재개되면 반등 기간 동안 높아진 PER(주가수익비율)이 보정될 여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공매도로 인한 조정국면은 펀더멘털 회복이 수반된다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월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임시 금융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등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2020.3.13/뉴스1

◇단기과열 가능성 '경고음'시장 일각에서는 단기 과열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최근 신용융자 잔고율이 3%를 넘어서는 기업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지난 10년간 이 수치가 40%를 넘어선 적은 한번도 없었다. 신용 비율이 3% 이상인 기업 비중이 35%를 넘어서면 이후 1개월 후 코스닥은 평균적으로 약세를 보여왔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