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덕분에…외국인 370억 담은 '의외의 종목'

휠라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데일리 조거 신제품 '휠라자마'. / 사진제공=휠라 제공

외국인이 반도체·바이오주 등 위주로 사들이는 가운데 휠라홀딩스 (39,950원 0.00%)를 4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해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인다. 증권가에서는 기업 본연 가치보다 자회사의 지분 가치 상승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휠라홀딩스 (39,950원 0.00%) 주식 37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기간 외국인의 코스피시장 순매수액이 63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절반에 달하는 액수다. 주가는 지난 3월 저점 대비 117% 뛰었는데, 이는 코스피 상승 폭(49.3%)을 훌쩍 웃돈다.


그러나 다른 종목에 비해 기업 자체 호재가 뚜렷하지 않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셀트리온 (192,900원 ▲3,200 +1.69%), LG화학 (397,000원 ▲500 +0.13%),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 현대차 (241,500원 ▲4,500 +1.90%), SK하이닉스 (179,900원 ▲4,500 +2.57%), 엔씨소프트 (204,000원 ▲19,500 +10.57%) 등 바이오·인터넷 업종이나 반도체·제조업 대형주가 대부분이었다. 휠라홀딩스 이외 소비재 관련 종목은 아모레퍼시픽 (170,800원 ▲1,900 +1.12%)(498억원)뿐이다.

시가총액도 그리 크지 않다. 이날 기준 휠라홀딩스의 시가총액은 2조3298억원이다. 대형주이긴 하지만, 외인이 비슷하게 사들인 엔씨소프트 (204,000원 ▲19,500 +10.57%), 삼성물산 (150,000원 ▲1,600 +1.08%), 삼성전기 (153,600원 ▼1,000 -0.65%) 등의 시총이 10~20조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적은 편이다.

단기 실적 기대감으로 보기도 어렵다. 전체 영업이익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미국·유럽의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실적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유정현·이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휠라 브랜드 매출액은 2개월 락다운(이동제한) 조치 영향으로 시장 전망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좀 더 합리적일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법인 매출 성장률이 높았던 기저 부담을 고려하면 성장률은 크게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의 배경은 무엇일까. 증권업계에서는 자회사 아큐시네트(Acushnet)의 지분 가치 상승을 꼽는다. 세계 최대 골프용품 업체인 아큐시네트는 최근 미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봉쇄 완화로 골프 산업이 부상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골프는 넓은 야외에서 이용자 사이 밀접 접촉 없이 즐길 수 있어, 바이러스 감염위험이 낮다는 인식이 퍼지며 인기를 끌면서다. 휠라홀딩스가 지난 3월 말 기준 아큐시네트의 지분 52%를 보유 중이다.

미국골프재단(NGF)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 골프장 가운데 97%가 영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골프협회의 핸디캡 정보 시스템에 기록된 5월 경기건수는 지난해보다 22% 늘었다.

산업 호황에 아큐시네트는 최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5월 이후 주가 상승률이 22%에 달한다. 휠라홀딩스가 지닌 지분가치도 껑충 뛰었다. 11일 기준 지분 가치는 12억9168만달러(약 1조5594억원)로, 휠라홀딩스 시총의 67% 수준이다.

높지 않은 주가도 투자 매력 가운데 하나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큐시네트 제외 PER(주가수익비율)은 10.4배로 부담이 크지 않다"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싸게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지분 가치 상승이 모기업의 주가까지 끌어올리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8일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의 주가가 간밤 103.7% 오르자, 다음날 지분 6.13%를 투자한 한화 (27,300원 ▲150 +0.55%) 또한 지분 가치가 투자 대비 16배 넘게 늘며 주가가 26% 넘게 급등했다. 다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이튿날 6%가량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