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2번 기각된 '서울역 묻지마 폭행범'…피해자 6명 더 있었다

(서울=뉴스1) 서울역에서 30대 여성을 상대로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남성 A씨가 4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영장실심심사에 앞서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역 특별사법경찰대로 향하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26일 오후 1시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서 30대 여성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2020.6.4/뉴스1

'서울역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비슷한 유형의 폭행 사건을 6차례 더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그의 구속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데 대해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상해 등 혐의로 체포됐던 이모(32)씨의 여죄를 조사하면서 피해자가 6명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작경찰서는 이씨를 상습폭행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씨는 지난 5월26일 오후 1시50분께 공항철도 서울역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서 30대 여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범행으로 피해 여성은 눈가가 찢어지고 한쪽 광대뼈에 골절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지난달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세간에 알려졌고, 이후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대)가 경찰과 공조를 통해 이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후 조사 결과 이씨에게 이같은 '묻지마식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6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지난 2월 서울 동작구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여성에게 욕설을 하고 침을 뱉었고 5월에는 이웃 여성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추가로 확인된 피해자는 여성 4명과 남성 2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경찰 조사에서 나온 대부분의 혐의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서울역에서 30대 여성을 상대로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남성 A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0.6.4/뉴스1

앞서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지난달 4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이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4일 1100자, 15일에는 700자 분량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첫 영장실질심사 때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경찰이 이씨 집에 들어가 이씨를 체포한데 대해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고 할 것인데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두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록과 심문 결과에 의하여 확인되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진행경과 및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 보면, 피의자가 새삼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두 번의 구속 영장 신청이 기각되자 결국 이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는 현재 지방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