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오거돈 이어 3개월만에 또 '미투'…행정수장 셋 잃은 與 충격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10일 새벽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박 시장은 가족의 실종신고 후 7시간 여에 걸친 수색 끝에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20.7.1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여권의 행정수장 사이에서 또다시 '미투'가 터져나왔다. 그 대상이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를 거쳐 3차례 서울시장에 오른 박원순 시장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박 시장의 전 비서 A씨는 지난 8일 박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박 시장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해당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불거진 논란 만으로도 박 시장에게는 불명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여권 내 유력한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민선 서울시장 최초로 3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박 시장은 최근까지도 기본소득과 부동산 정책 등 이슈를 주도하며 대선으로 가는 길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그러나 이날 예상하지 못했던 성추행 고소 보도가 터져나오고, 10일 숨진채로 발견되면서 대권의 꿈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전 비서 A씨의 고소 만으로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사실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어떠한 이유로든 신상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 만큼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여권에선 미투 만으로 행정수장 3명을 잃게됐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 4월23일 집무실에서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사실을 인정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5월22일 경찰에 비공개로 소한돼 14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강제추행 혐의 외 다른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특히 지난해 관용차에서 직원을 성추행하고 피해 여성이 이를 문제 삼으려 하자 형식적인 공고를 내 다른 기관으로 전보 조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사퇴시기를 조율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에는 여권 내부에서 대선 경선을 치르고 차기 대권주자로도 여긴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로 사실상 모든 것을 잃었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법정구속됐고 대법원에서 3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최근 모친상으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출소해 모친의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

여권도 박 시장의 사망과 미투 소식으로 침통한 분위기다. 여권 내 한 의원은 "충격적이다"며 긴 말을 더하지 않았다.

기존에 박 시장과 친분이 있었던 박홍근·이학영·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박 시장의 사망 소식에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을 찾아 특별한 말을 남기지 않은채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가 마련되는 상황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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