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잃은 박원순표 정책…그린벨트 풀릴까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가운데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조사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고로 '그린벨트 고수, 강남 개발이익 공유' 등 박 시장이 뚝심있게 주장해 온 박 시장의 정책 추진 향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14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박 시장 궐위에 따른 입장문'에서 박 시장의 시정철학과 정책사업 추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박원순표 정책 사업'들을 유지·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사업 추진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박 전 시장의 뒤를 이어 서울 시정을 책임지게 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흔들림 없는 시정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서 권한대행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 9개월 간 서울을 이끌게 된다.

서 부시장은 행정고시(35회) 출신으로 1996년부터 서울시에서 행정 및 요직을 두루 거친 서울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시정에 대한 이해와 업무 장악력이 높고, 서울시 내부 평판도 좋다. 서 권한대행에 대한 안팎의 신뢰는 서울시정이 기존 계획대로 지속 추진될 것이란 믿음을 안겨주는 배경이다.

다만, 부동산 정책 가운데 그린벨트 고수, 강남 개발이익 공유 등과 같이 이견이 큰 정책 사업에 대해선 박 시장의 부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는 여전하다.


서울내 그린벨트 해제될까 촉각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 하락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꼽히는 분야는 부동산 문제다. 특히 서울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인 반면, 박원순 시장은 "그린벨트는 미래 후세에게 물려줄 자산"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불가입장을 고수해왔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민선 7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린벨트와 관련 "서울시의 기본 철학은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린벨트는 미래를 위해 남겨놔야 할 보물과 같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와 주택 공급 문제를 협의하는 서울시가 그린벨트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강남 개발이익 공유 제안은 '흐지부지'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GBC 부지의 모습.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 개발이익을 공유해야한다는 예로 든 GBC 사업./사진=이기범 기자

박 시장이 최근 여러차례 강조한 강남의 부동산 개발 이익을 강북에도 나눠 사용함으로써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제안도 힘을 잃었다.

이날 구청장협의회 입장 발표에 나선 이동진 구청장협의회장(도봉구청장)도 관련 질문에 "강남 개발 이익을 균형 발전에 사용하자는 제안은 합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시정과 구정을 협의를 통해 연계시켜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을 뿐이다.

박 시장은 2018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이' 이후 지역 균형 발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실제 옥탑방 주변에 방치됐던 빈집과 공터를 매입 후 공원 쉼터와 텃밭을 조성하는 등 실질적 변화도 이끌었다.

또 강남에 있는 서울시 산하기관을 강북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강·남북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강남 개발이익 공유는 이런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의) 유지를 받들어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며 "정책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