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석에 필수인원 20명만 예배…"교회 노력도 알아줬으면"

23일 비대면 예배가 실시된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당 /사진=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사랑제일교회발 집단 감염 확산 후 비대면 예배 첫 주일을 맞은 23일 수도권 교회들은 대부분 방역 당국 지침에 맞춰 '유튜브' 등을 통해 예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1만2000석의 예배당에 교인 20명만 출석해 온라인 예배 영상을 제작했다.

교인들도 현장 예배에 못 가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혹시 모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노출에 대한 불안이 줄어 걱정을 덜었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코로나19 '방역 주체'의 일원으로 수칙을 잘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거리두기 강화 지침의 일환으로 수도권 소재 교회에 대해 비대면 예배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 방침에 따라 예배 날 교회에는 현장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최대 20명만 참석할 수 있다. 참석자들은 △마스크 상시 착용 △음식 섭취 금지 △머무르는 시간 최소화 △사람 사이 2m(최소 1m) 거리두기 △손 소독 △환기와 소독 등 방역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수도권 교회 '비대면 예배' 실시…"안전해서 좋네"

교회 예배를 점검하는 공무원 모습. 사진 뉴스1

예배당에 약 1만2000석 좌석을 갖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날 20명의 인원을 제외한 모든 신도들이 비대면 예배를 실시했다. 순복음교회는 "주말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며 "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설교자, 사회자, 기도자, 방송직원, 소수 교역자 등 총 20명이 실내에서 흩어져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큰 위기 상황이니 어떻게든 확산을 막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고 있어 비대면예배는 당연하다"며 "기존에도 우리 교회는 마스크, 거리두기, 소독 등 지침을 철저히 지켰는데 앞으로도 당국의 지침을 준수하며 예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종로구의 대형 교회인 A 교회도 문제 없이 비대면 예배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A 교회 조모 목사는 "영상 제작을 위해 설교자, 기악팀, 방송담당자 등 최소한의 인원만 예배당에 왔다"며 "오늘 아침에 점검 나온 구청 직원도 방역에 문제 없이 진행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주일 오전에는 예배를 3부로 나눠 실시한다"며 "교인 중 노인이 30% 정도인데 접속을 잘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안내를 하고, 온라인이 힘든 분들께는 가정예배서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예배 활성화, QR코드 찍기 등 수칙을 잘 준수해왔는데 일부 교회가 큰 물의를 일으켜 사회적 문제가 커졌다"면서 "같은 교계 사람으로서 사회에 죄송하고 앞으로도 이웃과 교인을 감염시키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지침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다른 지역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인천 지역의 중형 교회를 다니는 김모씨(28)는 "오늘은 집에서 어머니와 컴퓨터 앞에 앉아 1시간 10분짜리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보며 예배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에서 예배당이 텅텅 비어 있었다"며 "광화문집회 다음날인 저번주 일요일에 현장 예배를 실시하던 것과는 아주 달라진 모습"이라고 했다. "

김씨는 "현장 예배 때는 70~80명 정도 왔는데 온라인 예배 조회수는 20~30명 정도였다"며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갑작스러운 온라인 접속에 불편을 겪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는 "어머니도 교회 못가는 점을 아쉬워하시지만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비대면 예배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교회도 노력 중…교인 따돌림 등 피해 안보게 해달라"

코로나19 관련 검체 채취중인 의료진 /사진=뉴스1

교회와 교인들은 비대면예배를 실시하면서도 교회가 '코로나19의 주범'으로 몰려 피해가 크다며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순복음교회는 이날 "지금까지 우리 교인 23명이 확진을 받았는데 교회 예배나 다른 소모임 등 교회 활동과 관련된 감염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검사 받은 접촉자의 경우에도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와 내부 전파는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역학조사과정에서 순복음교회 교인임이 확인되면 무조건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로 발표하는 바람에 교회가 마치 코로나19 확산의 주체인 양 호도돼 교인이 직장 따돌림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며 "당국이 교회 카테코리로 환자를 묶어 발표하는 대신 보다 세심한 경로를 조사해 성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성북구 하월곡동 소재 교회 교인인 김모씨(46)은 "이런 시국에 교회가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종교에 비해 교회에 대한 관리가 너무 강해 '역차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교회와 당국의 노력으로 교회도 코로나19 종식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