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데이터 잘 쓰면 에이즈환자도 보험 가입한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해외에서는 이미 민간 보험회사들이 공공 의료 데이터를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 감염자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까지 나왔을 정도다.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올라이프 보험사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개인이 에이즈와 당뇨를 가지고 있어도 꾸준히 관리한다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이들이 가입할 수 있는 사망·장해보장 보험을 만들어 팔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그동안 보험이 제공되지 않던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한 대표적인 사례다.

가까운 일본과 대만도 의료 데이터 활용에선 국내보다 앞서가고 있다. 일본은 의료 데이터를 가공해 분석하는 의료데이터센터(JMDC)라는 회사가 따로 있다. 이들은 높은 보안 수준과 정보 분석력 등에 대해 정부의 인증을 받는다. 이후 병원 등으로부터 비식별화된 건강검진데이터와 명세서 등을 받아서 분석·가공해 보험사 등에게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사는 이를 활용해 일반적인 연령이 아닌 ‘건강나이’를 기초로 보험료를 산출해 상품을 판매한다. 건강나이는 소비자의 위험을 일반적인 연령보다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나이를 활용하면 소비자는 건강증진과 의료비 절감 혜택을, 정부는 국민건강증진으로 건강보험 재정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보험사도 사고를 예방해 보험금 지급이 줄어 모두에게 좋지만 국내에선 활용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대만은 국가 차원에서 보험사를 포함한 산업계에 의료 데이터를 한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1년이라는 제한이 있지만 의료 정보를 산업적으로 활용해 혁신서비스를 촉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대만 보건당국은 현재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공공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보험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영구적인 활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 데이터 잘 쓰면 에이즈환자도 보험 가입한다

[새 시험대 선 보험업계]<상>-②해외선 정부가 나서 적극 장려, 보험이 제공않던 분야로 영역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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