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풀칠하려고"…추석에도 인력사무소 나가는 '코노' 사장님

김신애씨가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 코인노래방. 새 것과 같은 시설이지만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면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사진=정한결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올해는 자영업자들에게 유난히 힘겹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금지된 코인노래방 사장들은 수입 제로(0)의 현실 앞에 연휴 때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성애(52)씨는 추석 때도 노래방 점검에 나선다. 추석 당일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친정댁을 들린 뒤 오후에 노래방으로 향할 예정이다.


코인노래방이 고위험시설에 포함되면서 그의 노래방도 올해 4개월째 개점폐업 상태다. 그러나 새 것과 같은 노래방에 미련이 남아 시간이 날 때마다 '습기는 차지 않나', '방전은 되지 않나'하는 걱정에 찾는다.

김씨는 "모든 신경이 노래방에 가있다"면서 "집에 있으면 싸우기만 하고 우울하니까 식당 알바 일이 없는 날 노래방 가게가서 정리한다"고 밝혔다.
"가족끼리 그림자 취급한다"
김씨 부부가 13년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코인노래방을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평생을 일에 치여 자식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큰맘을 먹었다. 주택을 담보로 4억원을 빌려 시작했지만 코로나가 퍼지면서 그 기대는 3개월 만에 박살이 났다.

당초 포부와 달리 오히려 자식들과는 더욱 소원해졌다. 집에서는 서로를 유령 취급한다. 노래방 운영이 중단되고 답답함에 가족 간 쓴소리만 오가자 대화가 끊겼다.


대학생 3학년, 고등학생 2학년인 아이들에게는 각각 '알바 뛰어 보태라,' '게임 말고 공부해라'는 잔소리를 건네며 싸우기도 수차례다. 아이들은 대화를 포기하고, 남편과는 노래방을 시작했다는 '원죄'를 두고 다투기 바쁘다.

김씨는 "시작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면서 "하룻밤 지나면 빚이 쌓인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추석 연휴에도 일…"그래야 먹고 산다"

/사진=정한결 기자.

가족관계가 나빠진 것은 수입이 제로(0)가 된 탓이다. 월세를 포함한 노래방 고정비용이 550만원이지만 돈은 한푼도 못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최근 제 2금융권에서 3000만원 상당의 사채를 썼지만 감당이 안된다.

남편은 이자라도 갚기 위해 매일 인력사무소를 찾는다. 김씨도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알바를 하지만 동생도 코로나로 어려운 마당에 매일 나가기도 눈치 보인다.

당연히 추석 명절에 대한 기대는 없다. 동생 식당이 쉬는 추석 당일에만 친정댁을 방문하고 이외에는 알바를 뛰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형편이다.

남편도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인력사무소로 출근할 예정이지만 최근 들어 일 구하기도 예전만 못하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많아지면서 서로 일터로 가려고 대기해 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명절 때라도 뭐든 일해야 먹고 산다"면서 "매장을 열어도 수익이 안 나오는 것을 알지만 이제는 노래방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