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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비용 0원에 덥석…중고차 딜러는 내 '파산'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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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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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의 '메기'가 될수 있을까(上)

[편집자주] "싸고 좋은 차를 사고 싶다" 중고차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꿈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불투명하고 혼탁한 시장에서 사기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최근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타진한 현대자동차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현대차가 불신이 팽배한 중고차 시장을 업그레이드 할 '메기'가 될 수 있을지, 변화의 분기점에 선 중고차 시장을 진단했다.


"중고차=사기"…소비자들이 현대차를 기다리는 이유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사실상 공식 선언하면서 관련 업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12일 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지난 9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은 소상공인 위주의 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대규모 실업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고차 가격이 더 올라가는 역효과도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사실상 공식 선언하면서 관련 업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12일 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지난 9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은 소상공인 위주의 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대규모 실업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중고차 가격이 더 올라가는 역효과도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0.10.12/뉴스1
인터넷에서 본 차가 아니라 엉뚱한 중고차를 받았다. 계약금까지 내고 찾아 갔지만 그 사이 차량에서 하자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하자 있는 차를 팔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아껴뒀던 차를 보여주겠다"며 딜러는 다른 차량을 보여줬다.

갑자기 다른 매물을 보여줬지만, 미리 낸 계약금 때문에 벤츠 S 클래스 차량을 3600만원에 얼떨결에 샀다. 전문가로 보이는 딜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고, 외관은 멀쩡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5~6시간 동안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적정가보다 1800만원이나 비싸게 샀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됐다.

전형적인 '허위매물' 사기다. 실제로 인천에서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던 A씨(25) 일당은 이런 식으로 중고차 35대를 총 7억2000만원에 팔았다. 부당하게 챙긴 이익은 3억1000만원에 달한다. 적정 가격의 두배 가까이 받았다는 얘기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A씨 일당이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누고 사기를 쳤다고 판단,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했다. 주로 조직폭력배에게 적용되던 법 조항으로, 이 죄가 적용되면 형량을 훨씬 무거워진다.

이처럼 불투명과 불신이 팽배해 있는 중고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타진하면서다. 믿을만한 대기업이 플레이어가 되면서 시장의 투명성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기존 중소업체들과의 공존은 풀어야할 과제다.

◇중고차 단지 인근 경찰서엔 사기 민원 수백건...76.4% "중고차 시장 불투명 하다" 응답

초기 비용 0원에 덥석…중고차 딜러는 내 '파산'을 기다렸다



2008년 거래건수가 180만건 수준이던 국내 중고차 시장은 지난해 약 370만건(사업자 간 거래 220만건 포함)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내 신차 판매량(180만건)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전국 중고차 판매업의 총 매출액으로 따지면 2016년 약 8조원이던 시장 규모는 2018년엔 12조4000억원으로 커졌다.

시장 성장과는 별개로 '중고차=사기'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가 들어선 인천과 부천지역 경찰서에는 1년에 수백건의 중고차 관련 민원이 쏟아진다.

인터넷에 중고차를 검색하면 사기 피해 사례가 수도 없이 쏟아진다. 유튜브에는 중고차 사기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사기 이후 대처를 도와주는 채널이 인기다.

초기 비용 0원에 덥석…중고차 딜러는 내 '파산'을 기다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6.4%는 국내 중고차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답변했다. 부정적인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 △차량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 다수(25.3%)가 지목됐다. 매매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신뢰를 잃었다.

빈틈 파고든 수입차 브랜드...현대차 중고차 시장에 출사표

중고차 매매상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수입차 업체들이 파고 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수입차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자사 브랜드의 중고차 평판과 가격을 관리하는 효과를 거뒀다.

국내 기업은 수입차의 중고차 시장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중고차 매매업이 2013년 중소기업(현재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입이 막혀서다. SK그룹은 중고차 사업 분야를 매각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현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신규 지정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기업이 진출해 소비자 편익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photo@newsis.com

결국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관할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 8일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중고차 시장 규모가 이미 적합업종 규모를 뛰어 넘었다"며 "중기부는 현대차와 중소 중고차 매매상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고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4만명의 영세사업자들을 대기업이 쫓아낸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70%가 넘는 현대차가 진출하면 물량을 독점해 중고차 가격이 동반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이강준, 김남이 기자




"싸고 좋은 중고차" 찾다가…'17% 고금리' 뒤통수 맞았다


초기 비용 0원에 덥석…중고차 딜러는 내 '파산'을 기다렸다

중고차 매매 사기꾼들이 노리는 건 싸고 좋은 차를 사려는 사람이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들에게 안좋은 차를 비싸게 팔아 치운다.

현직 중고차 딜러는 "사실상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 한탕 하기 위해 중고차 사기에 가담한다"며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딜러들을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싸고 좋은 차는 없어요"…다양한 사기 수법

부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일하는 10년 경력의 중고차 딜러 A씨는 사기 딜러들이 고객을 등쳐먹는 수단은 다양하다고 설명한다.

허위 매물을 통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를 강요하거나 지금은 많이 사라진 '신차깡'도 있다. 현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며 차를 구매해 담보로 대출을 받게 한 뒤 뽑은 새 차는 중고차로 자신에게 헐값에 팔도록 종용한다.

'초기비용 0원' 등의 파격적인 할부조건을 허위 광고로 제시 후 고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방식도 있다. 직장과 일정한 수입이 없지만 고급차를 원하는 20대 초반 남성들이 타깃이다. 돈이 없는 경우 부모님을 대리인으로 두고 공동 명의로 대출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 이율은 15~17%선이다. 4000만원을 대출하면 월 최소 56만원이 이자로만 나가는 셈이다. 이자 감당이 불가한 고객들은 자신의 파산을 기다리는 딜러들에게 차를 헐값에 다시 내준다. A씨는 "최악은 대차"라면서 "지금 차를 팔면 더 좋고 감당할 수 있는 차로 바꿔주겠다며 속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중고차 시장이 철저히 시장 논리로 운영된다며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좋은 차는 제 값을 받아야 하고 나쁜 차는 가격이 낮다"면서 "좋은 차라는데 가격이 낮으면 십중팔구 허위 매물이거나 사기"라고 강조했다.

◇"내일이 없는 이들의 거래"

12일 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사진=뉴스1
12일 서울 강서구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사진=뉴스1

A씨는 중고차 사기를 "내일이 없는 이들의 거래"라고 말한다. 사기 딜러 상당수가 부정 거래·허위 매물 등으로 이미 쫓겨난 전과자로, 불법 영업을 해도 밑질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중고차 매매사원증도 범죄 전과 유무와 상관없이 8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발급이 가능하다. 용인시 기흥구에서 중고차를 거래하는 이재범 썸카 대표는 "현장에서는 사기 전과가 있는 딜러를 다시 고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사기 딜러들은 보통 3~4인 1조로 팀을 꾸린다. 전화 받는 사람, 현장 영업하는 사람, 계약하는 사람 등 역할을 분담한다.

홈페이지에 걸린 딜러 사진을 보고 중고차 판매장을 방문하면 사진과는 다른 사람이 나온다. 고객을 이곳저곳 끌고 다니며 수많은 차를 설명하다가 빠진다. 고객이 혼란에 빠지면 다른 딜러가 '진짜' 매물을 소개 후 판매한다.

전원 사원증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A씨가 중고차 구매시 사원증을 꼭 확인하고 계약 딜러의 실명·얼굴을 대조하라고 당부하는 이유다. 사원증이 없는 이들과 거래 시 개인 간 거래로 여겨져 추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고수익에 넘어가는 딜러들…적절한 규제 필요

딜러들은 높은 수익을 보고 불법·사기 거래로 넘어간다. '똥차'를 '고급차'로 둔갑시켜 판매해 남은 수배의 수익은 딜러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A씨는 "(사기 딜러가) 월 5000만원 번다는 소리까지 심심찮게 듣는다"면서 "듣다 보면 나도 혹한다. 불법 영업이 판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천 같은 경우 허위 매물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져 일반 거래도 어렵다"면서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딜러들이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속과 처벌은 미미하다. 이 대표는 "처벌해도 징역 1~2년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니까 또 사기를 친다"면서 "처벌이 약한데 처벌 받은 딜러도 다시 일하게 해줘 단속이 소용 없다"고 지적했다.

A씨도 "정기 단속은 하나 마나 한 수준"이라면서 "사기 등의 범죄 전과가 있는 이들은 중고차 거래를 못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한결 기자




그들의 수법 알아야 안 당한다, '중고차 사기' 2가지 수법


변호사나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은 '중고차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비자 스스로 사기 수법을 익히고 주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가 예상되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대표적인 중고차 사기 수법은 '허위매물' '네다바이'

/사진=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사진=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대표적인 중고차 사기 수법은 '허위매물 유인'과 '네다바이'로 꼽힌다. 허위매물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싼 가격에 허위 차량을 올려 소비자를 유인해 계약금을 걸도록 한 뒤 정작 방문하면 다른 차를 소개시켜준다. 고객이 환불 등을 요구하면 계약된 것이니 돈을 돌려줄 수는 없다고 버틴다.

'네다바이'는 남을 교묘하게 속여 금품을 빼앗는 행위를 가리키는 일본어로, 중고차 업계 은어다. 사기 딜러들은 진짜 차를 준비하고 고객과 계약해서 우선 돈을 받는다. 이후 필요한 서류를 직접 떼오라고 고객에게 시킨 뒤, 차량점검 작업을 한다며 차 키 제공을 미룬다. 그 사이 차를 다른 고객에게 팔고 원래 고객에게는 다른 차를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멀리오는 고객 노리고 감금까지…"사기 수법 알아야 피할 수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사진=머니투데이


중고차 업체 썸카의 이재범 대표는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사기 수법과 구매 방법에 대해 철저히 익히는 게 최우선"이라며 "요새는 유튜브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허위매물 사기 안 당하는 법' 등 영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사기범들이 오히려 사기 안 당하는 법 알려주겠다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연락을 유도한 뒤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고차 사기 피해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A 변호사는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판매자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며 "사업자등록과 사무실을 확인해야 하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인감이나 개인정보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요즘에는 사기꾼들이 중간에 껴서 딜러랑 짜고 사기치는 경우가 많으니 계약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며 "차나 계약서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사무실에 앉아 도장을 찍고 차를 받아서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값싼 중고차를 알아본 뒤 먼 지역을 오가며 중고차를 사는 고객이 늘었다"며 "멀리 온 고객들은 사기에 좀 더 취약한 경향이 있는데, 업자들은 고객이 사려던 차를 '침수차다' '영화촬영용이다' 등 이유를 대 못 사게 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갈 수 없지 않느냐'며 마음에도 없던 차 구매를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부천 원미경찰서 관계자는 "허위매물이나 네다바이 등을 당해도 전부 경찰서에 신고하면 구제가 가능하니 신고를 망설이지 말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위험한 낌새를 느끼면 최대한 빨리 현장을 이탈하도록 하고 신속히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사기범들은 고객을 5~6시간씩 감금과 같은 상태로 두고 판매를 유도하기도 하니 현장 방문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인천서부경찰서에서는 계좌추적을 활용한 새로운 수사기법을 도입해 관할구역에서 들어오는 중고차 민원 건수를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시켰다.

권왕훈 인천서부서 형사과장은 “단순 처벌보다는 중고차 사기 근절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하고 있다”며 “서에서 만든 중고차 수사 매뉴얼을 적극적으로 공유해 중고차 범죄를 뿌리뽑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경훈, 이정현, 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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